일상공유(24)
새로운 부서에 왔다. 연차가 몇 년이든, 새로운 것은 늘 어렵다. 조심스럽다.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들... 얼마간 적응할 때까지, 나는 움추러들어 있을 것이며, 조심스러울 것이며, 매사 죄송한 일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경력이 이렇게 오래됐는데, 어느 정도는 하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스스로의 믿음이자, 외부의 기대일 텐데. 그러나 어쩌겠나. 오자마자 뚝딱뚝딱 잘 해낼 정도로 쌓여 있지 않은 것을..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그냥 일단 웃고 있자고 생각했다. 다들 바쁘고. 표정도 어둡고. 나는 그래도 리프레시된 상태이니. 그나마 밝은 표정을 지을 여유가 남아있다. 그리고 "나 잘 몰라요" "도와주세요"를 시전하기 위해서라도 밑밥을 그리 깔아놓을 필요도.
윗분들을 만나면서 생각했다. "자신 있습니다" "잘할 수 있습니다"가 나을까. 그냥 솔직하게 "백지상태입니다" "잘 모릅니다"가 나을까. 생각보다 나를 포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어느 책에서 본 말인데. 여자는 내가 부족한 부분을 더 크게 보고(10%나 부족해요), 남자는 내가 잘하는 부분을 더 크게 본다(60%나 할 수 있습니다)는 건데. 이걸 알면서도 나는 부족한 게 더 크게 보이고. 부족함을 더 얘기하게 된다. 그냥 말을 말까. 싶기도 한데. 물어보시면 ..."어렵습니다".. 사람 잘 안 변하니까.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를 연발하고 있다.
처세술, 사내 정치라는 것이 정말 고급 기술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시간이 흐르길 바랄 수밖에. 다행인 것은, 일주일, 열흘, 한 달, 3개월, 6개월... 이 지날수록 조금씩 숨이 쉬어지겠지. 그동안도 그렇게 적응해 왔으니까. 잘 버틸 수 있을 거야. 잘 할 수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