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공유(32)
몰랐다. 나의 집.이 생긴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인 줄.
투자고 부동산이고 별 관심도 없던 내가.
부동산 과열 양상에.. 드디어 생애 첫 내 집을 마련했다.
얘기를 하지면. 이렇다. 8월 전세 만료라 연초부터 집을 알아봤는데, 토허제이후 호가는 1억 이상 오르고. 내가 왜 신고가를 써주냐는 억울함에. 여러 사람 얘기를 들어보고, 투자가치를 따지자니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그래 그냥 전세로 살자.고 결심했다. 그런데 전세 매물은 줄고 가격은 오르고. 아 놔.. 그때 딱 이 집이 나타났다. 인연이 닿으려 하니. 우연히 당근을 보다가 이 동네 매물을 보았고. 내가 살던 곳에서 조금만 움직이면 또 다른 선택지가 있구나 싶었다. 신축이었고 회사 가깝고. 버스 정류장도 가까웠다. 하천이 가깝고 뒷산이 있고. .. 아 나에게 완벽한 딱 맞는 집이구나. 무엇보다 가격이 내게 맞았다. 지하철에서 멀고 학군이 좋지 않아서 가격이 눌려있는 거 같았다. 전재산을 들이는 건데, 투자가치를 더 따져라, 더 '영끌'해서 가는 게 낫다..는 조언이 있었지만. 그냥 나는 내가 '살(live)' 집이 필요한 거라.. 투자가치를 내려놓으니 답은 바로 왔다.
이렇게 생애 첫 내 집.을 덜컥. 계약했더랬다. 그리고 무엇보다 627 대출규제 전이었다. 다들 "잘했다"고 칭찬하는 대목. 나도 예상 못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이거저거 고려하고 따지다 보면 나는 아마 평생 내 집을 못살거 같았다. 결혼할 사람 만난다면 이런 기분이려나. 그냥 '내 집'이었다. 그리고 결정은 집을 본 그날 바로 이뤄졌다. 과정은 복잡했다. 주담대를 받으려면 많은 서류가 필요하고. 퇴직금 중간정산도 하고. 다행히 크게 무리하지 않고 갚아나갈 수 있을 만큼 빌렸다. 건실한 '채무자'가 됐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다들 어떻게 하나, 또 여러 번 반복까지 하나.. )
더해서 좋은 인연들이 있었다. 좋은 부동산 중개인과, 이 분을 소개해준 분과. 그리고 집주인은 우연히도 나와 이름이 같았다. 그리고 여러 조언을 해주며 내 결정을 도와주신 분들. 거기에 인연과 인연이 닿아서. 이사도 수월했다. 이사업체도, 도배도, 청소도. 다 마음에 들었다. 모든 일이 수월하게 끝나서. 그저 감사했다. 생각해 보면. 마음에 드는 집을 결정하고 내 마음이 너그럽기도 했을 터. 이 무더위에 이사하는데, 그리고 이렇게 만족스럽게 도와주신 분들인데. 노동가치에 대해서 가격을 흥정하고 싶지는 않았고, 조금은 더 얹어드리기도 했다. 그렇게 내 집 마련 한 번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수익 창출이 가능한지. 경제란 이렇게 돌아가는구나.를 경험했다. 이사 과정뿐 아니라 그 안에 수많은 부수적 작업들과, 물품 구입 등등. 내가 내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구나 싶었다. 수많은 인연들의 도움으로 생애 첫 나의 집.으로의 이사가 무탈하게 마무리됐다.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하다.
그리고. 첫날부터 잠이 참 잘왔다. 혼자 자는 게 무서워서. 안방문 창문 다 잠그고. 무드등이라도 켜놓고 자는 나였는데. 그냥 잠이 스스륵.(물론 여전히 무드등은 켜놓지만) 그냥 딱 내 집 같고. 익숙해졌다. 마음도 편안했다. 무엇보다 (아직은) 집이 깨끗하니까. 수시로 쓸고 닦고 정리하게 됐다. 나의 삶도 새로 세팅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내가 일터에서 만나는 분들. 스쳐가는 분들에게도. 미소를 건네고. 너그럽게 됐다. 그냥 "감사합니다"를 입에 달고 다녔다.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뿌렸다. 이래도 되나, 이렇게 자랑해도 되나. 싶다가도. 내가 무슨 강남에 집을 산 것도 아니고. 이만큼 일했는데.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꾸준히 모아 집을 마련했는데. 스스로가 기특하기도 해서. 당분간은 그냥 자랑하기로 했다. 그리고 더 열심히 즐겁게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내 집이 그립다는 말. 나보다 먼저 내 집 마련을 한 누군가,가 했던 말인데. 나는 요즘 그 말을 공감하게 된다.퇴근이 고프다. 그래도 이 기분이 적어도 연말까지는 이어지겠지. 계속 감사하며.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