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무기력..

by 떠도는별

봄이 찾아왔다. 일교차가 심해져 더욱더 감기를 조심해야 하지만 가벼운 옷차림이 반갑다. 더불어 미세먼지 또한 슬그머니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뿌연 하늘.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는 이상 자주 그럴 텐데 마음까지 답답해진다. 코로나19는 1년이 넘게 나아지지 못하고 여전히 제한된 만남과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머물러 있다. 내 생애 이런 경험을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는데.


학교도 개학을 하고 다들 열심히 살아간다. 나만 다시 연초보다 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 본다. 지난번 불안감으로 인하여 무척 게을러지고 있는 요즘이다. 아침 산책도, 사무실 출근의 시간도 줄어들고 멍하니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아졌었다. 독서는 물론 영화 감상도 줄어든 채 예전처럼 지난 영상을 다시 반복해서 보고만 있다. 익숙하고 편안하다는 이유로. 단지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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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블로그 글도 줄어든다. 무엇보다 쓸 이야기가 없다. 새로운 것을 접하지 않으니 너무나 당연한 것이겠지. 지금처럼, 반복되기만 하는 감정의 조각들을 모아 끄적일 뿐이다. 떠오르는 단어는 늘 같은 것들이고 그걸 이어 만드는 문장도 항상 비슷한 분위기의 넋두리가 되어 버리고 있다. 삶에 작은 변화를 준다는 것이, 이제는 이처럼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것인지 두려워진다.


며칠 전 벗을 만나 둘이서 한잔할 때도 그러했다. 새로 장만한 오디오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 하길래 연신 공감하며 시간을 보냈었지만 즐거움이라 부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좋은 스피커로 훌륭한 음질의 음악을 듣는 감동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부러움을 조금 담아 귀 기울였지만 그것뿐이다. 가슴 깊은 곳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꺼내지 못하는 것이 늘 반복되는 시간들. 조금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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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란의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이제 곧 개화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모두 아홉 송이. 작년보다 더 많이 자라나는 모습에, 어머님께서는 활짝 웃으시며 자주 사진을 찍고 계신다. 그 연세에도 소녀 감성이 남아 있다니, 여자들은 정말 모를 존재다. 내게는 그저 잠시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전부인데 매일 아침마다 인사를 건네시는 당신의 마음, 어쩌면 닮아보고도 싶어진다.



무기력.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모든 것들이 무료하기만 하다. 해야 할 일을 의무적으로, 반복적으로 지속하며 하루를 보낼 뿐이다. 그러다 돌아보면 또 일주일이, 한 달이 지나버린다. 그저 아프지 않기를 바라고, 평온함에 금이 가는 일들이 생기지 않기를 소망하며 살아가고만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 듯 미세한 금이 자주 생기면서 머리를 아프게 만든다. 혼자라면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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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먹기에 따라서 삶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늘 제자리다. 여전히 30대에 머물러 있는 정신 연령. 자식을 낳고 부모가 되어 보지 않고는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옳지 싶다. 부모님을 챙겨드리는 일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 아가를 키워나가는 것은 분명 다르리라. 사랑과 희생의 무게가 아마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는 것이겠지. 그래서 여전히 난 미숙한 모양이다.


글을 쓰고 싶은 영화들이 적지 않은데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고, 몇 번 키보드를 두드려보아도 정리가 되지 않는다. 조금 나아지는가 싶었지만 또 이 주 넘게 내려놓았더니 처음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나마 유일하게 남은, 시간만 있으면 가능한 취미 아니던가. 혼란스럽지 않다면 다시 또 집중해야 할 테다. 그럴 수 있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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