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
낮에는 이제 덥게 느껴진다. 워낙 더위를 잘 타는 체질이라 벌써부터 반바지와 반팔 옷에 눈이 간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분명히 봄은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진 것 같은데 갈수록 기간의 차이가 더 심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거창하게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늘 피곤하게 지내는 여름이 길어진다는 것은 반갑지 않다. 작년처럼 비만 내린다면 그것 또한 불편하기도 하고.
보고 싶은 영화도 읽어야 할 도서도 넘쳐나는데 여전히 기운이 없다. 두 달 전 조금 비틀거린 후에 몸의 컨디션 회복 속도가 매우 더디다. 아침 산책도 띄엄띄엄, 형식적으로 구색만 맞추는 수준이다. 이렇게 무언가를 끄적이는 것도 아무 생각 없이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특별하게 주절거릴 것들도 없다. 그렇다고 스트레스만 쌓이는 정치나 사회 관련 이야기를 남겨 볼 생각은 없다. 무척 피곤한 작업이니까.
누워서 핸드폰만 보다 보니 거북목 증상도 있고 몇 년 동안 근력 운동을 쉬었더니 근육 빠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허리 때문에 심하게 하지는 못할지라도 간단한 것들은 충분히 가능할 텐데 역시 마음뿐이다. 게다가 얼마 전, 이빨 뿌리가 부러져 임플란트 치료 중이기도 하다. 1월을 돌아보며 꽤 만족스럽게 출발한 2021년이라 생각했거늘 여기저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요즘이다.
왜 바뀌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무언가 의욕적으로 시작을 하면 자꾸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겨 발목을 잡곤 한다. 그리하여 작은 소망이나 계획 같은 것들을 오랜 시간 잊고 지냈었는데 다시 조금 챙겨 보려 하니 여전히 방해를 하는 모양이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되었는데 그 운명이라는 것이 정말 있는 것인지 자꾸만 신경 쓰이게 만든다. 스스로 만든 징크스라 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 반복되는 무엇이다.
책상과 의자를 구입했다. 오랜 된 방의 컴퓨터도 사무실에서 쓰던 것으로 바꾸고 이런저런 소모품도 준비한다. 무선 랜카드도 사서 인터넷 환경도 개선하고 삶의 분위기를 바꿔보려 노력 중이다. 그런데 방의 바닥이 조금 기울어진 곳, 베란다 확장 부분인지라, 아니면 마땅히 둘 공간이 없어 자릴 잡고 보니 영 자세가 조금 불편하다. 뒤로 살짝 기울어진 상태로 앉아 있어야 하니 어색하기만 하다.
잠시 거쳐 갈 집으로 생각해서 4년 동안 그 흔하디흔한 책상조차도 없이 지낸 걸 생각하면 머쓱하기도 하다. 하기야 허리가 아프기 전에는 침대도 놓지 않았었다. 어차피 예전 공장 터에 새롭게 집을 질 생각이었기 때문이지만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의욕적으로(?) 준비한 환경이 조금 불편하다니. 이런 것조차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가 싶어 조금 기운이 빠지기도 한다.
거실을 한 번 바라본다. 연로하신 부모님들을 위해 준비한 것들이, 안마 의자, 워킹 머신, 실내 자전거, 쎄라젬 v4 그리고 얼마 전 새로 구입 한 반신욕기까지. 정신없다. 물론 가끔씩 나도 사용하기에 불만은 없지만, 또 열심히 운동하시는 모습을 보면 감사하기도 하지만 가족들이 전부 모이면 둘러앉아 있을 공간이 협소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상관없는 일이다. 그리하여 두 분께서 건강하실 수만 있다면.
며칠 동안은 책상 앞에서 게임만 했다. ANNO 1800. 시즌 1 패스까지 할인으로 구입한 후 시작했는데 역시 중독성이 강하다. 이 나이가 되었음에도 역시 게임이 가장 몰입할 수 있는 취미가 아닌가 싶어 한편으로는 씁쓸하지만 깊게 고민하지 않기로 한다 당분간은. 게다가 현질을 해야 하는 온라인 혹은 모바일 게임도 아니니 부담도 없다. 어차피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현타가 올 터, 그때 또 바뀌면 된다.
낮에는 더우니 아침에 다시 걸어야 하는데 또 노력해야 할 모양이다. 가끔씩 담고는 했었던 풍경 사진도 없어 이곳에 남길 글감도 메말라 버렸으니 말이다. 늘 이렇게 반복될지라도 다시 다짐하고, 뒤처진 거리만큼 또 걸어가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 것이다. 동행이 없어 가끔은 힘들고 외롭기도 하지만 그건 내가 선택한 것이기에 품고 견뎌내야 하는 것일 테다. 누굴 원망하겠는가!
5월이 다가온다. 유난히 가족들 생일과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이 겹치는 달이라 지출이 또 심하겠지만 그게 살아가는 것 아니지 않던가. 다만 내 생일에 돌아오는 것은 상대적으로 너무 적은 것이 아닌가 하는, 유아스러운 아쉬움이 솔직히 조금 있기도 하다. 물론 순간적인, 잊어도 좋을 투정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여전히 말한다. "너도 결혼해서 애 낳으면 그만큼 받을 수 있다니까..." 허허허, 그저 웃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