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다시, 다시..
'다시'라는 단어 참 많이 쓴다. 그만큼 꾸준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계획하고 실천하다가 어떤 이유로 멈추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변하는 것이라 반갑지 않은 것이지만 외면할 수도, 스스로를 기만할 수도 없기에 늘 애용(?)한다. 그렇게 오랜만에 '다시' 아침 산책을 했다. 두 달 조금 넘게 잊고 지냈다가 오늘 아침, 비가 그친 후 보이는 하늘이 너무 깨끗했기에 서둘러 나가 보았다.
한 시간 조금 넘게 걸었다. 4월이면 이쁜 벚꽃을 담아봐야지, 했었던 올림픽공원 외곽 산책길. 꽃은 지고 푸르름만 더해가는 모습이었기에 아쉬움도 있었지만 모처럼이라 반가웠다. 올 초 영화 15도에도 찾아 오곤 했었던 곳인데, 새해 첫 달을 나름 의미 있게 보냈다 생각하여 이번에는 내실 있는 한 해를 만날 수 있겠구나, 싶었었는데 설이 지나고 2월 말, 갑자기 몸이 불편해져 또 빈자리가 생기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 5월 초. 아직 2021년은 많이 남아 있지 않던가. 뒤돌아 봄의 아쉬움은 잊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물론 무리할 수는 없다. 허리도 마음도 또 다치게 된다면 더 큰 후회만 남을 테니까. 무언가 시작을 하면 조급한 마음에 서두르고 과욕을 부리다 쉽게 지치거나 흥미를 잃어버리곤 했었는데 조금 천천히 나아가는, 삶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지 않을 싶다. 어차피 늦어지고 뒤처진 것 아니던가.
일요일 아침이라 거리는 한산하다. 내일부터는 출근길을 서두르는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피곤할 도로가 모처럼 쉬어가는 날이기도 하다. 입시 준비를 하는 수험생들의 학원을 향한 뒷모습만이 눈에 들어온다. 또 그들을 응원하는 부모님들의 차량이 쉬지 않고 움직이는 모습도. 저 치열함이 과연 옳은 것일까? 싶기도 하지만 나 또한 그때에는 그런 삶을 살았었고 딱히 다른 방법도 없는 것이 현실 아니던가.
멀리서 어제 언급했었던 낙지 음식점도 살며시 카메라에 담아 본다. '음식이 맛이 좋았던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최소한 18년 이상 저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기본은 하는 곳이 아닐까 싶어진다. 무교동 낙지가 유명하지 않던가. 개인적으로 종로에서 근무할 때도 너무 매워서 자주 찾은 동네는 아니었지만 그 매운 낙지에 콩나물 얹어 땀 흘려가며 맛있게 비벼 먹던 지인들을 떠올리면 중독성이 있는 모양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무척 맑다. 저 푸른빛 오랜만이다. 삶의 무게가 뭐 그리 무겁다고 늘 고개 숙이며 걷다 보니 무한의 공간인, 그리하여 우리들의 인생이라는 것이 참으로 하찮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저곳을 점점 망각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싶어진다.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의미 없음을 알면서도 하루하루 왜 그토록 고민하고 투정 부리며 살고 있는지 부끄럽다.
한겨울 이 자리를 찾을 때면 봄이 오고 날이 따스해지면 커피 한 잔 들고 이 벤치에서 30분 정도 책도 읽어 보자, 싶었었는데 오늘은 결국 빈손으로 오게 되었다. 글쎄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지. 오래 걷기에는, 집에서 멀어지면 다소 불안한 마음이 있기에 그 계획은 '다시' 뒤로 미루게 될 모양이다. 하지만 역시 시간은 많다.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면 머지않아 그럴 날이 있을 게다.
산책로를 따라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나이 드신 어르신부터 젊은 친구들까지. 천천히 오래 달리는 것을 젊을 때는 나도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적당한 속도로 느껴지는 그 바람. 조금씩 숨이 차오를수록 오히려 정신은 맑아지던 순간들. 언젠가는 다시 그렇게 뛰어보고자 다짐하며 2017년 운동을 시작했던 것인데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의심이 확신이 되지 않기를.
시간이 다시 빠르게 지나버린 느낌이다. 1월 그리고 2월 중순까지는 뒤돌아 볼 것들이 많아 만족스러웠는데 3월 그리고 4월은 그저 널브러져 있었던 시간이었기에 금세 사라져버린 것이리라.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 또 한 달을 되돌아볼 때 '이번 달은 이 정도면..'이라는 아주 작은 만족을 꾸준하게 느껴야 할 테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던 것들, 해야 하는 것들 미루지 않고 꾸준하기만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