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치아 신경치료 두 번째. 얼마 전 땅콩 초콜릿을 맛나게 먹다가 치아가 부러졌었다. 크라운 치료를 받았던 곳인데 안에서 충치가 생겼던 모양이다. 결국 임플란트 치료 중인데 왼쪽 상악 하나가 시큰거려 문의를 했더니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곳에 충치가 생겼다 했다. 레진으로 가능할 것 같았는데 막상 치료를 시작하니 생각보다 상태가 좋지 않았나 보다.
크라운 치료를 하기로 했는데 일주일 정도 가치를 한 후에 지내보니 여전히 시큰거려 결국 신경치료를 시작했었다. 통증에 대한 두려움. 임플란트보다 신경치료가 더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 많이 긴장했는데 확실히 요즘 마취 기술이 좋아졌는지 예상보다 심하지 않은 상태에서 두 번째 치료도 마무리되었다. 그래도 아직 두 번 정도는 더 해야 할 터, 끝까지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
의사 선생이 꽤 친절하다. 치과의 경우 과잉진료가 항상 문제가 되는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느 정도 믿음이 간다. 예전 모 치과처럼 제대로 보지도 않고 무조건 임플란트를 권하던 곳하고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당시 근처의 다른 치과에서 염증 치료로 끝났던 상태였음에도 임플란트라니. 환자를 그저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는 곳들 적지 않다.
늘 신경을 쓴다고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의 충치는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6개월 혹은 1년에 한 번 정기검진을 받으면 된다고 하는데 늘 미루게 되고 이렇게 문제가 생겼을 때에만 찾는 곳이 치과가 아닌가 싶다. 치료 시 통증, 귀에 들리는, 그 이 가는 소리! 마취할 때의 묵직한 통증들.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주저하게 되고 사는 데 당장 큰 불편이 없으면 애써 외면할 때도 있는 듯하다.
그런데 그렇게 미루다 보면 결국 더 많은 금전적 지출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과 치료 과정에 대한 불편함도 늘어나는 것을 이제는 잊지 말아야겠다. 귀찮더라도, 이상이 없다 할지라도 6개월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방문하자는 약속,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 하나를 더 늘려야 할 모양이다. 다짐은 늘어가는데 막상 실천하는 것은 대체로 제자리이거늘 좀 바뀌자 이 친구야!
아침 산책 중 동네 교회의 작은 화단을 슬그머니 담아 본다. 이곳도 정말 오래되고 나름 인지도도 높은 곳인데 더 확장하지 않고 적당한 규모를 유지한다. 근처에 꽤 큰 교회가 두 곳이나 있는데 그런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인지 괜스레 정이 간다. 기업화되고 있는 거대 교회에 대한 여러 실망들이 산재하는 요즘이기에 더욱더. 교회의 세습화, 그것이 과연 건강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영화를 다시 보기 시작한다. 물론 별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팝콘 무비들로. 집중하고 성찰할 수 있는 작품들은 여전히 버겁고 감상 후에 몇 글자라도 반드시 끄적거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겨 당분간은 잊을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 낭비에 가까운 것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대놓고 B급 감성이면 모를까 수준 이하의 영화들도 여전히 많다. 또 그런 것들만 선택하는 내 가학적(?)인 모습도 변함없고.
어제는 모처럼 한 시간이라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작정하고 몰입해서 독서를 해보았다. 그냥 훑어 읽는 것이 아닌, 단어 하나 문장 하나마다 꽤 집중해서 보았었는데 막연하게나마 조금 나아진 것이 아닌가 싶어 만족스럽다. 물론 하루키의 수필이니 쉬운 글이라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무언가 답답하고 읽는 행위와는 반대로 잡생각이 여기저기서 생겨나 당황스러웠었는데 확실히 어제는 괜찮았었다.
돌고 돌아도, 다른 것을 기웃거려도 독서만큼 괜찮은 취미는 드물다. 독서광도 아니고 책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소리도 할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남은 인생 손에서 놓지 않고 가끔일지라도 들고 있을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니겠는가. 1년 동안 단 한 권도 종이로 된 책을 읽지 않는 우리나라의 성인이 45%가 넘는다고 하던데 한 달에 한 권일지라도 꾸준할 수 있기를 '다시' 약속한다.
치과 방문으로 사무실에 평소보다 늦게 도착했다. 해야 할 일 이제부터 마무리하고 조금 일찍 퇴근하여 우족을 사 가야 한다. 주기적으로 족탕을 끓인다. 물론 어머님께서. 난 그저 거들 뿐이다. 아버님께서 잘 드시는 것이기도 하고 맛있는 김치와 함께 한 사발 들이켜면 속도 든든해지는 것이 좋다. 그 과정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쉽지 않기는 하지만. 좋은 우족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