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지 이상 無..

개똥철학

by 떠도는별

어제 저녁, 주문했던 접지 가능 및 전자파 차단 멀티탭이 도착했다. 만듦새는 참 좋더라. 가격이 문제지만 일단 컴퓨터 정전기를 잡아야 하니 아깝다는 마음이 들어도 서둘러 점검을 한다. 벽면 콘센트에 연결해서 사용법을 잘 숙지한 후 전원을 켜고 살펴본다. 녹색의 불빛이 자그마하게 켜져 있는 것이 접지에는 문제가 없음을 알려주고 있다. '아! 이러면 나가린데!'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동시에 허탈해진다. 그렇다면, 콘센트의 접지 문제가 아니라면 컴퓨터 본체의 문제라는 것인데 이러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전원 케이블을 새것으로 바꿔 보았으나 그대로이기에 파워 서플라이부터 메인 보드까지 하나 둘 다 점검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건 솔직히 내 능력 밖의 문제이기도 하고 심하게 귀찮은 작업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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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모니터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데 더 힘이 빠지는 기분이다. 어찌할까나? 조금 고민하다가 일단 그냥 쓰기로 한다. '뭐, 조심하면 되지. 주기적으로 정전기 차단 열쇠고리를 대어 확인한 후 쓰면 되겠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키보드 스틸 부분에 손이 닿자 또 찌릿,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의기소침. 사무실 것하고 교체하던가 새것으로 구입해야 하나? 피곤해진다. 일단 생각 보류.


황사는 어제만큼 심하고 바람은 더 세게 분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인데 여왕의 몰골이 말이 아니다. 어버이날이거늘 이리 뿌연 하늘이라니. 사무실에 걸어오는 15분 남짓 한 시간 동안 마스크를 썼는데도 목이 불편하다.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날이 며칠 더 이어진다면 꽤 우울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싶어진다. 몽골이든 중국이든 참 피곤한 이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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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좁은 틈에서도 생명이 자란다는 거, 잠시지만 부끄러워지고 한편으로는 숙연해지며 용기(?)를 얻기도 한다. 답답하지 않을까? 식물 또한 엄연히 삶이 있는 것인데 평생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 곳에서만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아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있는 것일까? 언젠가 옆의 나무가 잘려나가는 것을 보면(?) 옆의 나무도 동요를 한다는 글을 본 것 같은데.


화장실을 기어 다니는 작은 벌레나 쓰레기 주위를 열심히 날아다니는 초파리 등을 볼 때면 그 하찮은 미물의 움직임은 어떤 의미일까 잠시 생각해 보고는 한다. 그들의 눈(?)에는 이 세상이 얼마나 넓어 보일까? 우리가 우주를 생각하는 것처럼 무한의 공간으로 인식하며 짧은 생을 보내는 것일까?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그 수많은 미물들의 존재 가치와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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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커다란 축복이다. 어쩌면 선택받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름철 성가시고 귀찮은, 그러면서 살기를 품게 만드는 모기로 태어나지 않았다는 거,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마음이라는 것은 그런 여유를 부리지 못한다. 늘 불만이나 아쉬움 혹은 두려움 등을 간직한 채 이리저리 흔들리기만 한다.


사지 멀쩡하게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감사하면서 살 수는 없는 것일까? 그것이 그렇게 힘든 일일까? 짜증을 내고 내 탓이든 남 탓이든 불만만 표출하면서 사는 것, 사실 무슨 의미가 있던가? 하루 종일 인상을 쓰고 있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왜 바꾸지 못하고 같은 모습의 반복만 영원히 계속하는지 한심스러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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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창문이 무척 흔들린다. 도무지 바람이, 뿌연 공기가 수그러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너희들은 뭐가 그리 불만족스럽기에 하루 종일 거칠게 구는 것인지. 내일은 조금 나아지려나? 차라리 제대로 비가 좀 더 내려 이 흐린 것들을 쓸어내 주었으면 싶은데 욕심이겠지. 우리가 자연에게 베푼 것이 도대체 무엇 하나 있던가? 그저 말뿐인 노력들. 정치와 경제 논리 앞에 의미 없는 탁상공론들.


둘째 동생 가족이 맛있는 갈비와 수국 화분을 들고 왔다. 카네이션은 내가 드렸으니 탁월한 선택이었다. 조카들에게 늦은 어린이날 선물을 건네주고 함께 식사를 한 후 이 공간에 왔는데 이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온다. 모처럼 냉면을 좀 사가지고 들어갈까 싶어 전화를 했더니 저녁 공연 예매를 한 것이 있어 조금 전 나갔다 한다. 햄버거를 나 먹으라고 사다 두고. 그래? 햄버거? 그럼 어서 가야지!


얼마 만의 햄버거인가! 콜라도 있으려나? 혹시 모르니 하나 사 가지고 들어가야지! 짧은 개똥철학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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