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와 같은 이 곳은 평생 당신 머릿속에 살 것이다.
'인도가 그렇게 위험한데, 매력은 장난 아니라며?' 그 매력이 궁금해 인도로 떠나게 되었다. 매력은 무슨, 정이 떨어질 거 같은 이곳. 하루에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수천 번을 되뇌게 한 이곳.
하지만 지금은 하루에 인도 여행할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되뇐다. 대체 무슨 매력일까. (Editor│나랑 여행갈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색에 빠지다, 바라나시
인도를 여행하면서 무엇이 가장 생각났는지 물어본다면, 바라나시 가트에 앉아 갠지스 강을 바라보며 한없이 쉬던 그 순간이 가장 생각난다고 말해주고 싶다. 힌두교 신자, 불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바라나시는 관광지로서의 매력은 크지 않다.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 의미 정도? 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떠나서도 뇌리 속에 박혀 있는 이유는 뭘까.
갠지스강에서 목욕을 하면 전생과 이생의 업을 씻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죽어서 시체가 화장되어 갠지스강에 뿌리 지면 극락세계에 갈 수 있다고 한다. 바라나시 가트에 앉아 그들을 지켜본다. 내가 살아왔던 삶과 앞으로 살아갈 삶을 생각하게 되고, 진지하게 삶이란 무엇일까도 생각하게 된다. 나 또한 진지한 고민에 빠질 수 있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바라나시에는 오랫동안 발이 묶인 여행자들이 많다.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이 꽃피우는 곳, 함피
상당한 크기의 면적을 가지고 있는 인도는 각 지역마다의 특색이 다르다. 남인도는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이 특징적인데, 그 특징을 완벽하게 느끼고 싶다면 함피로 가길 바란다. 과거 번영했던 왕국의 수도였던 함피는 건물 또한 멋들어지는데, 인도풍과 이슬람풍이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정교함에 입이 떡 벌어지는 이곳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있다.
절로 엄숙해지는 함피의 유적군도 멋있지만, 사실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게 하는 매력은 다른 곳에 있다. 크고 작은 돌들이 지천에 널려있는데 산을 이루기도 한다. 가만히 앉아 고개를 들어보니 바위산들이 겹겹이 싸여있다. 이런 풍경화는 아마 지구가 아닌 외계에서나 가능한 그림 같다. 새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고요한 함피에서 이 여유를 즐겨보자. 오늘의 해를 바위산에서 떠나보내자. 매일 만나고, 떠나보내는 해지만 지겹지 않다. 그저 오늘도 고마울 뿐이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만날 수 있는 '작은 티베트', 라다크
인간은 쉽게 가질 수 있는 것보다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망과 애착이 더 높다. 여행자들에게 라다크 지역이 인기가 좋은 이유는 그에 있을 수도 있다. 마날리에서 라다크 지역의 중심지인 레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흔히 '멀고도 험하다'라는 말을 쓰는데 이 길은 정말 험하다. 그리고 정말 오래 걸린다. 또한 워낙 고도가 높기때문에 날이 추워 1년에 3개월 정도 밖에 출입이 가능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의 출입이 쉽지 않아 라다크 지역의 자연은 더할 나위 없이 순수하다. 구름이 귀엽게 걸쳐있는 푸른 하늘과 거친 산맥은 눈을 즐겁게 해준다. 델리, 콜카타 등 대도시에서 자연스럽게 축적된 매연에 아팠던 폐가 이곳에서 치유된다. 3500~5000m의 해발고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구름을 손으로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고산병만 주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상반되는 매력의 도시에서 봉사활동을, 캘커타
고개를 들어보니 세련된 영국풍의 건물이 있다. 뽀얀 건물에 이내 마음을 뺏기고 앙증맞은 스타일에 노란색까지 덮어쓴 장난감 같은 택시도 있으니. 내가 인도에 와있는 것이 맞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찰나 미친 듯이 울리는 클랙슨 소리가 산통을 깬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인력거가 돌아다닌다.
인도 콜카타는 두 가지의 상반된 스타일을 보인다. 단아한 유럽 스타일도 있지만, 그 골목으로는 정말 시끄럽고 지저분하다. 매연과 쓰레기, 그리고 용변들까지. 참 더럽다. 하지만 이곳 콜카타에서 테레사 수녀님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다. 지금은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서 등록만 하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데, 남을 돕는 것에 대한 행복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사랑스러운 썸은 없지만 아름다운 풍경은 있다, 조드푸르
'영화배우 공유와 임수정가 나오는 영화'.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그들의 비주얼이 만들어내는 케미를 생각하면 절로 입에 웃음이 지어진다. 그들이 나온 영화 '김종욱 찾기'는 로맨틱 코미디로 꽤나 재미를 선사했다. '김종욱 찾기'에서 재밌는 장면도 많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무래도 파란 도시에서 그들이 사랑이 꽃피워지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들의 케미만큼이나 도시도 아름답다.
조드푸르를 찾는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은 혹시나 '공유를 만날 수 있을까. 임수정을 만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온다고 한다. 멋진 이성은 못 만날 수도 있지만 요새와 푸른 도시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항상 만날 수 있다. '김종욱 찾기'에 고마울 따름이다. 조드푸르에 대해 아예 모르고 있었지만, 직접 오게 되니 사랑이 중요한 것이 아닌 눈을 즐겁게 해주는 뷰가 눈앞에 있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뷰에서 편한 휴식이라니.
사랑이 담긴 아름다운 건축물, 아그라
인도하면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관광지는 딱 한 가지가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타지마할이다. 누군가는 타지마할이 델리에 있는 줄 알지만, 델리에서는 기차로 조금 가야 하는 아그라에 위치한다. 인도는 관광지로서의 요소보다 여행지로서의 요소가 많은 곳인데, 그래도 관광지 한 곳을 가야 한다면 이곳으로 가야 한다. 흰색 건물은 완벽한 구조를 보인다.
타지마할은 사실 묘지이다.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건물이 묘지라니.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17세기 무굴 황제 샤자한이 사랑하는 아내를 기리기 위해 약 20년간 만든 건축물이다. 사랑의 깊이가 얼마나 깊었으면 이리도 웅장한 건물을 그렇게 오랜시간동안 지속해서 만들 수 있었을까. 사랑의 힘 덕분인지 묘지라는 무서움보다 사랑스러움이 더 깊이 새겨진다. 타지마할을 제대로 찍고 싶다면 릭샤를 타자. 당신을 최고의 스팟으로 안내해 줄 것이다.
그들의 소득 수준을 생각하자│인도의 GDP는 세계 7위다. 하지만 1인당 GDP는 세계 141위이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는 나이x와 같은 브랜드는 그들에게는 몇 달을 일해야 살 수 있는 것들이다. 휴대폰이나 고가의 카메라는 그들에게 몇 년치 연봉이다. 그들 눈앞에서 고가의 물품들을 사용하는 것은 그들을 시험에 들게 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조심하자.
위화감을 조성하지 말자│인도는 관광지의 느낌보다 여행지의 느낌이 강한 곳이다. 우리는 잠시 그들이 사는 곳에 발을 들이는 이방인일 뿐이다. 금과 다이아몬드로 온몸을 치장한 이방인이 우리 마을에 와서 '어머 더럽고 하찮아. 어떻게 이렇게 살지?'라는 표정으로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니 조금은 자신을 내려놓고 그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먼저 다가가보자. 순수한 웃음으로 화답해줄 것이다.
소지품은 항상 조심히│인도의 치안에 대해서 많이 들었을 것이다. 여권, 비상금은 꼭 복대에 넣어 잘 때도 착용하고 있자. 작은 가방에는 고가의 장비나 다음 우선순위의 물건을 넣어두되, 자물쇠로 항상 잠그고 다니자. 그리고 꼭 안고 다니자. 정말 위험하다. 그들이 뺏으러 달려드는 일은 극히 드물다. 내 손에서 놓쳤을 때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무조건 내 손, 몸 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