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담

'즐거운 어른' , 어르신. 우리 엄마에게(3)

by Wishbluee

'즐거운 어른.' 어르신. 우리 엄마에게(1)

'즐거운 어른'. 어르신.우리 엄마에게(2)


두 편의 글에 이어서 3번째 글입니다. 위 링크를 누르면 앞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즐거운 어른' , 어르신. 우리 엄마에게(2

'즐거운 어른' , 어르신. 우리 엄마에게(2)

거운 어른' , 어르신. 우리 엄마에게(2)

야, 이노무 자슥들아.


유명한 사람들의 뒷담화를 잔뜩 써놓은

폴 존슨의 [지식인의 두 얼굴]에 대한 내용들이다.

지식인이라는 인간들이 어찌나 구린 뒷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는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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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적이고 어느 한 부분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면 나머지 인간으로서 익혀야 할 덕목들을 신경 쓸 여력이 없어진다고 봐야 하나?
우리가 보통 인간으로서 교양과 예의와 인격 같은 것들을 갖추어나가려고 노력하는 것은 다 같이
모여사는 공동체에 무언의 상식으로 이런 정도의 자세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 아닌가?
그러나 어느 한 면에서는 이렇게 뛰어나버려서 시대를 이끌어나갈 사상을 세우고(그게 꼭 옳았다고도 할 수 없다-루소의 사상은 프랑스혁명과 마르크스주의와 칸트의 철학을 넘어 무솔리니의 파시즘과 크메르루주의 급진주의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설이 있다) 대단한 저작물을 내는 사람들이 사생활에서는 이렇게 치졸한 면모를 보여주느냐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대단한 재능을 가지게 되고 그걸로 성공하게 되면 오만이라는 친구를 얻게 되는 것일까?

나 자신이 인간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어떠한 형태의 권력 같은 것을 쥐었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일까?


그렇지만, 저 책에 나오는 어떤 인물을 존경하고 있었다면

이런 뒷 이야기는 읽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경고의 쪽지를 달았다.


이옥선 씨는, 한참 뒷담화 이야기를 하시더니, 후에 여러명언들을 주루룩 적어주셨다.

그중, 내용과 상관없이 엄마와 같이 나누고 싶은 명언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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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여인의 키스]-미누엘 푸익
실은 인간은 서로를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존재이다.

뜬금없이 고백 한방 날리기.

우리 엄마 심쿵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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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사는 문제가 나왔을 때에는 멈칫하기도 했다.

죽고 싶은데, 죽지도 못하게 해서 의미 없이 연명치료나 하고 갈 바에는 그냥 죽게 놔두었으면 좋겠다는

이옥선 씨의 이야기가, 마음이 아파왔다.

당사자가 내가 되어서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끄덕였는데 그 당사자가 엄마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연명치료가 남은 사람을 위해, 가야 할 사람을 끝까지 괴롭히고 또 괴롭히는 행동일까.

엄마, 제발 아프지 말아요.

언젠가는 보내야 할 생각이 드니까 몹시 슬퍼져서 눈물이 마구 떨어질 것 같다.

미리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까. 생각이 들면서도 꺼내기도 싫은 예정된 이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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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선 씨는 이 책에 본인의 유언을 잔뜩 써놓으시고, 속이 시원하셨을까.

마찬가지로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이분의 의견에 동의하실까.

엄마한테 이 책을 선물한 사람은 자식인 난데, 이 유언 부분을 다시 읽다 보니. 이 선물을 해드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다시 한번 망설여졌다.

하지만, 엄마도 가볍게 그래그래, 맞아 맞아하면서 읽으시지 않을까.

그냥 내가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닐까.

하고 애써 무거운 마음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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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의 이해가 가능하기는 한 걸까.

엄마도 내가 어릴 적에 얼마나 답답하셨을지.

황소처럼 고집이 세고, 안으로 파고드는 성격이었던 나는.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을 몰랐다.

그건 아빠의 유전자였고, 가뜩이나 그런 아빠와 대화하는 게 힘들었던 엄마는 아빠미니미인 나를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으셨을 테지.

그러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보니, 내 자식을 대해보니,

엄마가 얼마나 크나큰 인내심으로 나를 참아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아이와 쉴 새 없이 소통을 하고 '하하 호호' 사이가 좋아야 제대로 된 엄마로 대접받는 요즘 세상에서 나는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기를 쓰는 한 명의 엄마일 뿐이었고, 자식이 이렇게나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젠 내가 참고 기다려야 할 시간인 것이다.

엄마, 참 미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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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혼인 남동생이 가장의 역할을 물려받아서

엄마 아빠를 많이 챙겨드리고 있다.

장녀인 나는 여전히 내 가정만 싸고도느라 여력이 친정에 닿지 않고,

그렇게 아기 같던 녀석이 나보다 훨씬 더 많은 도리를 해내고 있다.

엄마가 그렇게 예뻐하던 아들이 역시나, 든든한 게 맞았다.

면목이 없다. 내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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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중학교 때까지 성적이 그럭저럭 괜찮았었고, 머리도 좋다는 소리를 들었던 내게 엄마아빠는 꽤나 기대를 하신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안타깝게도 성실하지 못했고, 호기심과 흥미도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공부에 끝까지 집중을 해내지 못했다. 집안 형편 걱정을 하다가, 결국 원하는 공부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어서, 그냥 포기해버리기도 했다. 좋은 대학을 가서 좋은 직장을 잡을 거라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자라서, 그 점이 좀 많이 죄송했다. 결혼하고서는 결국 이직을 준비하다가 임신이 되어 그대로 경력이 단절되었고, 다시 잘해보려는 시도는 번번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결국 전업주부의 삶을 살게 되었다.

지금도 내 재능이 아깝다며, 네 일을 가지라고 하는 엄마.

여전히 나는 자신이 없다. 누군가가 채근하면 뒷걸음질을 치게 된다.

배가 불러서 그렇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내가 전업주부로 사는 것이 꼭 잘못한 일 같이 느껴져서 가끔 속이 상한다.

늘 그런 부채감과 죄책감에 조금씩 시달린다. 전업주부는 무능력자인 걸까?

그래도 나도 꿈을 꾸는데, 하고 싶은 것도 있는데. 그걸로 꼭 성취를 이루어 내야 사람답게 사는 걸까.

나는 아직도 두렵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떠밀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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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 서운한 것은 있다.

나와 찜질방을 가면 엄마는 그냥 잠이 들어 버리시니, 나는 버려진 기분이 들었다.

다정하고 섬세하게 말 걸어주지 않으셨는데, 피곤해서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게 영 못내 섭섭했다.

한번 즈음 고개를 좀 돌려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좋았으련만.

왜 그렇게 내 쪽으로 얼굴 한번 돌려주지 않았어요?

사람들 시선을 늘 신경 쓰던 우리 엄마, 지하철에서 내가 어깨에 기대었더니 어깨를 튕기며 똑바로 앉으라고 눈치를 주셨다. 그게 뭐라고 난 또 그걸 기억하고, 또 섭섭해하고.

누워있으면 엄마는 꼭 나한테 등을 보이고 누웠는데. 그게 뭐라고 다시 한 번 섭섭하고.

사춘기 언저리에서야 나를 마주 보고 안아주셨는데 나는 , 엄마한테서 입냄새가 난다며 퉁명스럽게 굴었다.

엄마는 그걸 또 서운해하시더라.



후반부로 갈수록, 이옥선 씨의 추억여행을 따라가는 것 같아서.

말없이 묵묵히 읽게 되었다. 그 시절의 향수를 대리경험하며 엄마의 그 시절은 어땠을까 상상하며 주욱 훑어갔더니 어느새 책의 끝이 왔다.

더 많은 쪽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니 끝도 없어, 그저 남겨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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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많은 쪽지를 붙였다. 편지도 아니고 하고 싶은 말도 아닌 정체모를 이 쪽지를.

이 글을 쓰는 지금 생각해 보니 그냥 엄마랑 같이 책 읽으면서 조곤조곤 나누는 대화 같기도 하다. 일방적인 내 수다지만.

어렸을 적에 말하는 걸 참 좋아했는데, 엄마가 그걸 전부 다 들어주셨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커서도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만나서 다 못한 수다를 쪽지까지 써서 전달하나 보다.

이 쪽지들을 보고, 반가우실까, 아니면 징그러우실까, 아니면 아니면...즐거우실까?


엄마라는 존재는

참 크고 좋고 어렵고 밉고 힘들고 다정하다.

이 복합적인 감정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엄마는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도 내게 큰 힘이 되어 준다는 것이다.


엄마, 건강하게 오랫동안

그렇게 계속 '즐거운 어른'으로 계셔주세요.


엄마, 사랑해요.







엄마가 이 글을 보시기는 하실지 몰라

하염없이 적어보는

독후감을 가장한 내 주절거림

같이 읽어줘서 고마워요

우리 엄마는 옥상정원을 가꿔요.

그래서 이번화 표지는 작은 미니 정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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