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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hbluee Nov 14. 2024

너는 그랬었어.

어렸을 때 말이야.

너는 일곱 살이었지. 


그런데 갑자기  동생을 만나게 되었어. 당황스러울 법도 할 텐데. 너는 어른스럽기 그지없었어.  


"나는 여태껏 엄마한테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그러니 이제 동생에게 그 사랑을 주세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동생이 생긴다는 건, 남편이 바람을 피워 새 여자를 들일만큼의 정신적 고통이라던데. 어떤 각오로 그런 이야기를 내게 했을까. 그 말은 아직까지도 내 마음에 깊숙이 남아있어. 고작 일곱살짜리 네가 한 말이지. 


 네게 가장 중요한 시기일지도 모르는 그 시절을 나는 입덧으로 보냈다.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는 지독한 입덧을 지켜본 남편은, 어떻게 첫째 때보다 나아진 게 없냐며 속상해했다. 그래도 나는 기뻤다. 뱃속의 둘째는 어쩌면 그저 이렇게 사랑스럽고 예쁘기만 한지. 힘든지도 모르고 만나는 그날이 기대만 되었다. 그런 엄마의 표정을 본 너는 어땠을까?


 입덧때문에 계속 침이 나와서, 침대에 누울 수도 없어 앉아서 잠들고 머리맡에 휴지통을 두고 계속해서 침을 뱉어내야 했었다. 그러면 너는 말없이 내 휴지통을 비워주기도 했다. 끈적하고 더러운 그 쓰레기를. 어떻게, 그렇게 어린 네가 나를 위해서 그런 일을 했을까. 왜 그때는 그저 흐뭇한 마음만 들었을까. 왜 나는 무슨 심정으로 네가 그랬을지 헤아려 볼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 


 동생을 낳기 위해 한밤중에 병원에 갔을 때. 

병원 복도에서 아빠랑 급히 분만실로 들어간 엄마를 기다리다가 갑작스러운 의사 선생님의 호출로 아빠마저 가버리고 어둡고 텅 빈 복도에 네 곁에는 덜렁 곰돌이 인형 하나 있었지. 병원 복도 의자에 모로 누워서 혼자 기다렸더라. 네 동생의 탄생에 모두 경탄하고, 놀라워할 때 홀로 쓸쓸히. 그 축제에 끼지도 못하고. 인형이나 꼭 껴안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지.


 동생이 울면, 네가 웃겨주었어. 이불을 펄럭이며 그 작은 팔다리로 부지런히도, 꺄르륵 소리를 만들어냈지. 똥기저귀를 도대체 어떻게 갈아주었을까? 분명 더러워서 코를 쥐어 잡았을 텐데. 너무나 작은 그 팔로 동생을 소중히, 부드럽게 안고, 젖병을 물려주었지. 너는 사랑이 많고, 가슴이 따듯하고. 너무나 완벽한 내 딸이었지. 누가 뭐래도 어화둥둥 내 사랑. 그 자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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