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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너 진짜 명령하지 마라.

내 몸에 명령하지 마라

by Wishbluee

코로나,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 모두가 떠올리는 청량음료를 나도 떠올렸다. (네 바로 그 '음료')

상큼한 레몬이 띄워져 있는 마시면 마실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그 음료의 상징성 때문이었을까, 뭔 놈의 감기 이름이 이러냐, 하며 비웃었더랬다.




그 '음료'

사진: Unsplash의John de Jong


그 이름이, 원래 가지고 있던 그 상징성을 뒤엎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람이 죽은 것이다.


감기로 인한 사망, 독감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들어' 보기는 했지만.

눈으로 확인한 '사망'을 연상케 하는 순간들은 실시간 공포 그 자체였다. 발달된 SNS 때문이었을까, 코로나의 무게감과 전염력, 그리고 살상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그 과정은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비현실적이었다. 가만히 서 있던 사람이 픽, 맥없이 쓰러져버리던 장면들. 감압실에서 온몸에 온갖 기계 장치를 두른 채, 힘겹게 호흡하며 사투하는 사람들. 어디서 누가 죽었다더라, 살아났지만 불구가 되었다더라. 하는 뉴스들이 정신없이 흘러나왔다.


오래전 나왔던 감염병에 관한 공포를 소재로 삼은 영화가 다시 언급되며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코로나의 시작과 경로가 너무 닮았다나. 그 영화의 후반에는 비닐에 아직 숨 쉬고 있는 감염자들을 넣고 그들을 던져쌓아둔 채, 불에 태워버리는 광경이 담겨있었다.


감염속도만큼 두려움도 빠르게 퍼져갔다.


온세계는 어둠에 잠기고, 온갖 제약회사에서는 백신을 서둘러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년 동안 우리는 마치 생령처럼, 살아있지만 저승에서 떠도는 것 같은 체험을 했다. 그 긴 공포에서 '백신'만이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급하게 개발된 백신에 대해서 떠도는 유령 같은 소문들은 또 다른 두려움을 확산시켰다. 하지만 어딘가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그 백신접종확인서가 필요했다. 그래서 결국 나도 백신을 접종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코로나를 몸에 받아들였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아무 증상 없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나는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다. 말 그대로 온몸에 폭격을 맞았다. 숨이 안 쉬어지는 증상부터 시작해서, 온갖 백신 부작용이라는 증상들이 무겁거나 가볍게 지나갔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마치 '입덧'과도 같은 울렁임 증상이었다. 건강검진 하러 도착한 병원에서 토할 것 같은 증상 때문에 바로 집으로 되돌아오게 만든 그 증상.


그리고 정식으로 코로나가 내 몸에 방문한 그날, 백신은 아무런 힘을 내지 못했다. 아니. 백신을 맞았으니 이 정도라고 생각해야 하나? 고열이 날 때가 차라리 좋았다. 열이 떨어지고 나서 이후가 지옥이었지. 목에 칼날 열개 박힌 통증은 익히 들 들어서 알 테고, 그 뒤에 찾아오는 질식직전의 코막힘에 후비루로 인한 목에 가래까지.. 지나가고 나서 다시금 되돌아온 입덧 같은 울렁임 증상에 근력약화로 인한 체력저하. 이 모든 증상이 한 달이 아니라 두 달, 세 달까지도 진행이 되었더랬다.


감염된 막내딸래미가 안타까워 동반 감염을 선택했는데, 그 뒤에 이렇게 힘든 과정이 기다리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회복되는데 몇개'월'이 아니라 몇'년'이 걸린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생기를 찾고, 즐겁게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던 신나는 하루하루가 지나고, 예고도 경고도 없이 또다시 방문한 불청객. 감기가 걸리면 몸이 아프니 힘이 없고 감정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처럼 맥이 빠져있기 마련인데, 이번엔 달랐다. 단 하나 '분노'의 감정이 활활 타올랐다.


네, 이놈 코로나!!!


네가 뭔데 내게 와서 나를 다 망치냐아아아아아.

너 먼데. 너 뭐 돼????

네가 먼데.


이겨낼 거라고 이 악물고 약을 먹었다.

이번엔 다를 거라며.

확실히 감염증상은 전보다 훨씬 약해져 있었다. 오, 이 정도라면 그래도 버틸만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예상치 못한 게 하나 있었지. 그것은 바로 후유증.


체력을 회복하려면 운동을 해야 하고, 즐겁게 운동을 할 방법은 사람들을 만나 나들이하는 거라고 생각한 나.

이렇게 바보 같을 수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걸 보며 수다를 떨면 이제 회복의 지름길에 들어선 거야! 하며 선선한 바람을 쐬며 조금 힘들지만 괜찮아 자신을 다독이며.

결과적으로 나는 같이 나들이한 친구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어버렸다. 급격히 안 좋아진 몸상태 덕분에 모임은 일찍 파해야 했고, 집으로 들어온 나는 토사광란을 벌이고 만 것이다.


와. 너 쫌 진짜.

와. 열받게 하지 마라 정말.


독하다 정말 감염병.

거기에 두통까지 합세하니 온몸이 경련이 이는 듯했다. 뭘 할 힘이 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굶을 판이다.

배달앱을 눈으로 보는 것도 토할 것 같아서 큰애한테 먹고 싶은 걸 시키라고 폰을 넘겼다.

아이들은 엄마가 있는데도 배달음식으로 한 끼를 때워야 했다.

냉장고는 텅텅 비어서, 다음날 아침에는 보잘것없는 아침을 먹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침대 속에서 보내면서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모두가 나간 텅 빈 집안에서 홀로 일어나, 아직도 울렁이는 위장을 진정시켜 가며, 미역국을 끓이고 단호박을 삶았다. 이겨내야지 싶어서, 핸드폰을 켜서 반찬을 주문했다. 그리고 글이 비어서 이제 한 달이 다 되어가는 내 브런치를 마주했다. 뭐라도 써야겠다 싶었다. 뭘 쓸까 하다가, 코로나에 대한 '분노'를 주제로 잡아봤다.


코로나, 너 진짜 명령하지 마라.

-내 몸에 명령하지 마라.


지금 내가 할 일은 이렇게 마음 정리를 하고, 하나씩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는 것이다.

무리하지 말고, 차분히 하나씩 하나씩.

혓바닥에 올라간 혓바늘에 알보칠부터 바르고 지옥맛으로 독기 업.

이제 내 몸에서 나가라. 제발.


허국 딸국. 어우 또 울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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