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파는 세상
2025년 12월 10일 오후 7시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게 물어다 준 먹이다.
몰락이라니. 그리고 보니 요새 캠핑 간다는 사람이 별로 없네.
나도 모르게 클릭해서 본 영상에서는 캠핑용품 판매업의 실적을 근거로 들어 '몰락'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캠핑 떠나는 영상을 본 지도 꽤 오래된 듯싶다.
한 번 '몰락'이 키워드가 되니, 나의 알고리즘은 온갖 몰락으로 뒤덮였다.
이번에는 '사교육의 몰락' 이란다.
없어져가는 학원들의 숫자를 그래프로 보여주며, 무너져가는 사교육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
아니, 잠깐. 그런데 사교육은 아직 안 망한 것 같은데...
주변에 학원들은 오히려 더 늘어났는데도... 보낼 학원이 없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아이고, 이번에는 편의점도 몰락했단다. 술집도, 전문직도, 외식업도... 죄다 죄다.
뭐야, 안 망한 데가 없네.
관련업종에 종사하는 건 아니지만,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몰락'했다니.
지구라도 멸망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여보, 이것 봐. 캠핑도 몰락했고, 사교육도 몰락했고, 다 몰락했대.
- 위기팔이네.
- 위기팔이?
- '위기'로 어그로 끌어서 시청하게 하려는 수작?
아, 그런가.
불안감을 조성하는 '몰락'이라는 단어에 머리를 두들겨 맞다 보니, 어느 순간 온몸에 소름이 살짝씩 돋고 있었다. 누가 자본주의 아니랄까 봐, 팔고 또 팔다가 이제는 '위기'까지 파는구나.
하긴, 요즘 경기가 너무 어렵긴 하다.
뭐 언제는 좋았느냐만은. 그래도 유독 춥고, 힘든 겨울임에는 틀림이 없다.
무너지는 것들이 있으면, 일어나는 것들도 있겠지.
겨울에는 '몰락' 하지만, 차가운 한파를 견디고 나면 또 새롭게 '부상'하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우리의 삶은 자연과 닮아있으면서도, 훨씬 더 섬세하고 가냘픈 듯하다.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고 하면서 '몰락'까지 내다 팔며 살 길을 도모하고 있으니.
그 사이에서도 나무는 늘 변함없다.
겨울에 이파리를 다 떨어뜨리고, 차가운 눈 속에서 겨울눈을 틔워낸다.
그리고 봄이 오면, 다시 새싹을 올린다.
매년 반복되는 나무의 일이지만, 매서운 겨울바람이 찾아올 때마다 매번 두려워하는 것은 아닐까?
세상살이 내 뜻대로 되는 것 하나 없지만,
그래도 나무처럼 두려움 속에서도 덤덤히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나둘씩 해내며 기다리다 보면,
그 수많은 '몰락' 속에서도 결국 '도약'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알고리즘부터 바꿔놔야겠다.
이제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로 채워놔야지.
이제 무섭고 소름 끼치는 '몰락', 좀 그만 사줘야겠다고 생각해 보는 오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