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떨어졌지만
2025년 12월 26일 오후 5시 17분
"언니, 그 집 꼬맹이는 괜찮아요?"
"뭐가?"
"소식 못 들었어요?"
호기롭게 출사표를 던졌던 선거에서 낙선했다는 비보(?)였다.
같이 출마했던 친구 엄마에게 미리 결과를 듣고 나니, 아이가 돌아올 시간이 걱정되었다.
"다녀왔어요!"
해맑게 돌아온 우리 집 둘째.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건넸다.
"이리 와 봐. 엄마가 말할 게 있어."
"아, 나 들었어. 친구한테. 선관위라서 개표하는 것 봤대."
"어... 너는 어때? 괜찮아?"
"응! 괜찮아. 또 나가지 뭐. 재밌었어!"
건너서 들은 엄마도 마음이 좋지 않은데, 분명 조그마한 구멍이 나 있을 텐데.
씩씩하게 말하는 둘째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너 멋있다."
엄지 척을 날려주었다.
둘째는 씨익 웃으면서
"에이~ 아니에요!"
라고 답변한다.
진심으로 멋있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요 꼬맹씨가 내 아이여서.
자랑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 일기는 자랑이다.
잊어버리기 전에 일기에 기록해둬야지.
이 멋진 '졌잘싸'의 순간을!(졌지만 잘 싸웠다)
그리고 아이가 혼자 쓴 연설문 원문도 적어둔다.
반복된 말만 정리했다.
안녕하십니까, 전교 부회장후보 기호 0번 000입니다.
저는 이따금 생각합니다. 왜 나는 후보에 나갔을까? 나는 무엇을 기대할까?
저는 여러 고민 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용인신촌초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는 게 자랑스럽고 고맙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 마음을 제가 학교를 위해 봉사하면서 되갚아 주고 싶습니다.
저는 어떻게 여러분을 위해 봉사할까요?
제가 준비한 약속들이 있답니다.
먼저, 혹시 우리 학교에서 나쁜 말이나 비속어를 들은 적이 있나요?
만약 그랬다면, 예쁜 말의 날을 정하는 것은 어떨까요? ‘예쁜 말의 날’은 한 달에 한 번씩 개최되며, 주어지는 예쁜 말 미션에 도전하는 행사입니다. 물론, 어떤 미션인지는 아직은 비~ 밀!이지만, 나쁜 말들을 멀리하고, 예쁜 말을 선호하는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고민이 많아” 이 말이 어쩐지 익숙하게 들려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제 주변에도 공부 문제, 학원 문제에 시달리는 친구들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크고 작은 고민을 덜어주는 “고민 상담소”를 설치하겠습니다! 한 달에 한 고민만 넣을 수 있지만, “해답 상담소”가 옆에 설치되어서 고민에 대한 답을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케데헌’으로 한류가 인기를 많이 끌고 있죠? 그러면, 우리는?
우리는 더 넓은 ‘세계’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요? 급식투표를 통해 조금씩, 세계문화를 맛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을 만들겠습니다.
저를 뽑아 주시면, 저는 우리 초등학교와 여러분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부회장이 되겠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는 상쾌하고 즐거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저를 뽑아 주세요!
내 자식이지만, 진짜 멋있다.
자랑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