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내 사람들
2025년 12월 30일 오후 2시
친구한테 스벅 프리퀀시를 한꺼번에 8장이나 받았다.
그리고 나니 딱 음료 두 잔만 마시면, 증정품 다이어리를 받을 수가 있는데.
마침, 단축 수업을 해서 일찍 온 고등어, 딸아이가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것이다.
"머 마시고 싶은데?"
"나는 라떼!"
"어우.. 그거 말고 빨간색 음료는 싫어?"
"아~ 달달한 거 싫은데~~"
"그래..? 두 장만 모으면 완성인데..."
난처한 표정을 하고 있는 나를 보더니 딸아이가 말한다.
"움.. 그러면 엄마 그냥 단 거 시켜요. 내가 나눠 먹을게요."
월래, 웬일이야.
우리 꼬맹이 많이 컸네. 양보도 할 줄 알고.
그렇지만 입맛을 쩝쩝 다시는 녀석이 영 안쓰러워져 버렸다.
에라~
"아냐! 너는 라떼 먹어."
나 역시도 단 걸 싫어한다. 그렇지만 굳이 굳이 음료를 두 잔 더 시켜, 프리퀀시를 채웠다.
한 잔은 남편이 먹고 싶어 하던 뱅쇼였다. 어떤 맛인지 뻔히 알 것 같은데, 역시 그가 좋아하는 맛은 아니었을 것 같다. 여하간 무리를 해서 세 잔을 샀더니 18000원이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
프리퀀시를 다 채우고, 증정품 예약을 하려 하니, 아뿔싸 요 매장엔 이미 다이어리가 똑 떨어졌단다.
낼모레면 이 쿠폰은 의미가 없어지는데...
집에 와서 어쩌지 고민하다가, 남편에게 부탁을 했다.
남편은 조금 돌아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증정품을 가져다주었다.
하드 커버의 옅은 그린빛 다이어리.
고백하자면 스벅 다이어리는 처음 받아본다.
산처럼 쌓여있는 음료리스트를 이 증정품을 위해 채우는 것이 낭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스티커 8장을 보내준 친구의 마음.
기꺼이 양보를 하려 했던 큰아이의 마음.
굳이 돌아서 증정품을 대신 찾아온 남편의 마음.
그 마음들을 저버릴 수 없어서, 싫어하는 단 맛 커피를 시켜서 찾아온 내 다이어리.
찾아오자마자, 톡방에 다이어리 사진을 올렸다.
'덕분에 받았어요. 처음 받아봐요. 잘 써볼게요.'
그러자 친구가 이렇게 말을 남겼다.
'작가님의 다이어리에는 어떤 말들이 쓰여 있을까요?'
또 하나의 마음이 얹어졌다.
이제 이 다이어리를 정말 잘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텀블러에 담아 온 '어제의 커피'를 지금 마시고 있다.
너무 달아서 우유거품을 내어 조금 섞으니 한결 낫다.
다이어리의 첫 장에 과감히 내 전화번호를 적는다.
잊어버리지 않고 싶어서이다.
올 해의 버킷리스트들도 조금씩 적어 내려 가야겠다.
따뜻한 마음들을 잉크처럼 넣고.
올 한 해도 감사했다
내년도 잘 부탁한다
나 자신에게도 인사를 해 본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요즘이지만.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보는 오늘이었다.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여겨주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