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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hbluee Dec 01. 2024

눈이 좋은 이유

한 가지 질문에 깊어진 눈의 시선. (꼬마작가 Y)

 눈, 눈, 눈. 그저께 117년 만에 대설이 왔다. (솔직히, 나도 몰랐다.)

수요일에 첫눈이 내렸으며, 용인에 눈이 20 cm까지 왔다고 아빠께서 알려주셨다. 

그래서 당연히 동네 애들이 우리 아파트 앞 놀이터로 몰려와 하교 후 눈사람을 만들려 한 게지. 다른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럼 깜짝  퀴즈! 놀이터에 놀고 있는 애들은?

 아는 사람~ 손?

맞다. 여자애들은 부러운 눈빛을 노는 애들에 붙이기만 하며 그냥 지나쳤야 했다.

희고도 희게  변한 놀이터에 노는 아이들은 남자애들뿐. 내 기억 속엔 여자애들은 거의 없었다.


 나 역시 눈놀이의 유혹에 깊이 빠질 뻔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놈의 빽빽~~ 한 스케주울~ 때문에에~~~


결국 못 놀았다.

 

 그런데, 오늘 엄마께서 매우 어려운 질문을 던지셨다.

"너는 눈이 왜 좋니?"

처음엔 내 뇌가 멍-했다. 그다음엔-

'내가 어떻게 알아? 하라고? 쓰라고? 아 놔 진짜 어떻게~?'

 뇌가 7살짜리 아이처럼 징징거렸다.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는 걸. 나 자신도 알지 못한 걸 내 마음 깊이 속에 담고 있었다는 걸. 나는 이제 생각을 정리하면서 알아가려고 한다.


1. 눈은 참 아름답다.


 보통의 날에는 볼 수 없는 흰 빛이 담겨 있다. 페인트처럼 딱딱하고 재미없는 흰 빛이 아니라 따스하고 나를 안아주는 느낌의 흰색이 바로 눈이다. 눈은 매력적인 자연현상이다. 눈이 내리는 것을 주산에서, 학교에서 시선을 붙잡힌 적, 요즘 있었다. 내리는 그 모습. 영어로  GRACE, 내리는 건 GRACEFUL. 딱 맞다.

 유연하고 아름답게, 눈은 자연의 왈츠를 따라 춤추며 천천히 내려오는 그 현상 자체가 흰 블랙홀처럼 우리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두꺼운 눈이 침엽수에 떨어지면 색과 모양에 조화를 이루어 더더욱 예뻐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나도 그걸 인정한다. 또 약한 햇빛에 보석처럼 수많은 얼음조각이 빛나 눈이 반짝거리기도 한다. 나는 그걸 많이 보는 것을 추천한다. 


 2. 다양한 활동을 해 볼 수 있다.


 아, 그건 대충 말하자면~~ 놀 활동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물론 오늘 첫눈은 아쉽게 지나갔다. 오늘 미술 시간에 밖에 나가서 눈을 가지고 작품을 만드는 기회가 찾아왔는데, 나는 이글루로 결정했다. 그런데 한 번 밟혀서 다시 지어야 했고, 손으로 만든 벽돌을 쌓는 작업이 있었다. 결국 시간 내에 못 만들었다. 그래서 좀 아쉬웠다. ㅠㅠ 하지만 예쁜 눈사람도 만들 뻔했고, 눈오리도, 미니 눈사람도. 

 눈은 잘 뭉치고 작은 알갱이로 만들어져 있어 눈들이 서로서로 잘 붙는다. 그래서 다양한 모양도 만들 수 있다. 어릴 때 만들었던 눈오리 군대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또, 고드름을 이용해 칼싸움이나 눈사람을 꾸미는 활동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겨울에 눈이 오면 항상 신이 난다. 하지도 못할 수 있는 눈 놀이에 기대가 부풀어올라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두 가지 이유를 보고 어른들도 우리가 눈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아줬으면 좋겠다.


아, 그리고 참고로 걱정은 좀 그만두시구.


-꼬마작가 Y




꼬마작가님이 쓰신 초고. 이 글을 바탕으로 퇴고를 하셨다.





둘째가 내가 쓴 '하늘에서 쓰레기가 내려와요' 글을 보고, 


하늘에서 쓰레기가 내려와요

->누르면 보실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외계인 같아요. 아이들과 생각하는 것이 너무 달라요."

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러면 너의 시선으로 본 눈은 어떤데? 엄마한테 글로 써서 알려줘."

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잠시, 아이의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이내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눈가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네! 엄마! 써볼게요!"

그래서 받은 원고를 그대로 타이핑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가 중간중간 퇴고를 즉석에서 합니다.

"이 글을 브런치에 올리실 거예요?"

"응."

"와아.. 엄마 나 작가가 된 거 같아요. 엄마! 나 작가가 될래요! 이제 마음이 정해졌어요!"


그래서 꼬마작가님의 꿈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제 글에 대한 작가님의 답글을 이렇게 작성하게 되었답니다.


꼬마작가님이 혹시나 더 투고를 하시면,

작가님을 위한 매거진을 하나 만들어 볼까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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