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샌드위치
영국식 오이 샌드위치를 좋아한다. 하지만 파는 곳이 흔치 않다. 만들어 먹기에는 진입장벽이 높다. 오이를 얇게 썰고 소금에 재워 놓는 것이 내겐 넘을 수 없는 장벽. 여담인데, 야채 중 오이가 유독 썰기 어렵다. 수분이 많아서인지 오이는 유독 칼면에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지지가 않는다. 하나하나 손으로 밀어 떼어내는 것이 정말 번거롭다. 무시하고 계속 썰면 밀려나긴 하지만, 그 와중에 이리저리 튀기도 하고 의도치 않게 다져지기도 하고, 아무튼 귀찮고 어렵고 하기 싫다. 이러다가 손을 벨 것 같아 무섭기도 하다.
문득, 토마토 오이 샐러드를 하겠다고 대충 썰어놓은 오이와, 싸 먹을 재료는 떨어졌는데 혼자 남은 통밀 또띠아와, 시들어가는 깻잎을 떠올렸다. 오이 샌드위치가 별거인가 오이를 또띠아에 말아먹자.
재료:
오이
깻잎 : 딜 대신 깻잎.
넛츠그린 땅콩 스프레드 : 크림치즈 대신 땅콩버터.
풀무원 통밀 또띠아
제조:
풀무원 통밀 또띠아를 전자레인지에 10초 정도 데운다. 안 그러면 접을 때 막 부서진다.
또띠아에 땅콩버터를 바른다.
가위로 자른 깻잎과 대충 썰은 오이를 올리고 잘 말아서 먹는다.
오이를 땅콩버터에 찍어먹기도 하니 충분히 예측 가능한 맛이다. 통밀 또띠아의 구수함과도 잘 어울린다. 다만, 대충 크게 썰어놓은 오이가 먹기에 조금 불편했다. 또띠아를 찢고 튀어나온다. 김밥재료처럼 길게 채 썰어 넣으면 좋을 텐데 불가능하니 미련을 갖지 말자. 남은 또띠아와 깻잎은 이렇게 처리. 냉장고 파먹기의 달인이 되어가고 있다. 나에게 주부의 재능이 조금은 있는 것 같다?
+ 피넛버터 없이 오이와 깻잎만 싸 먹어도 의외로 맛있다. 레몬즙을 살짝 뿌리기는 했다. 통밀의 단맛 덕분인 것 같다. 물론 식사로는 부족하고 애피타이저 정도.
+ 문득 통 오이를 깻잎과 또띠아로 말고 김밥처럼 썰어 먹어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