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없는 요리

인생 첫 콩나물 - 콩나물 닭가슴살 찜

발전하는 인생

by Greenish

콩나물을 먹지 않았던 이유는 손질하기 힘들어서였다. 대체 어찌 손질해야 하는지, 드라마에서 보듯 깍지와 뿌리를 하나하나 다듬어야 하는지, 아니 그 이전에 세척해야 하는지? 저렇게 가늘게 생긴 것들은 물에 세척하면 부스러기가 떠돌고 여기저기 달라붙을 텐데... 으으으, 내가 정말 싫어하는 거. 그래서 자잘한 양념 있는 음식 안 먹고, 김치 못 먹고, 채 썬 양배추는 세척 안 해도 되는 제품만 먹지.


하지만, 사람은 발전하니까. 나도 드디어 인생 첫 콩나물에 도전해 보았다. 주방일에 깨알같이 조금 익숙해져서이기도 하고, 가장 큰 이유는 물가 때문에, 채소 값이 너무 올라서 가성비 좋은 콩나물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콩나물도 콩이니까 단백질도 있겠지.


주변에 물어보니, 요즘은 부모님 세대와 달리 콩나물 안 다듬고 그냥 먹는다고들 하더라고. 뿌리가 영양분이 많고, 깨끗한 콩나물은 콩깍지 손질할 것도 별로 없다고. 심지어 세척 안 하고 먹는다는 사람도 있더라고. 콩나물 기를 때 물만 주고 기르는 거라 깨끗하다고. 어차피 삶을 거 아니냐고. 오케, 해보자.


콩나물 두 봉지를 먹어봤다. 하나는 풀무원 무농약 성장촉진제 없는 어쩌고, 다른 하나는 오아시스마켓의 무농약 성장촉진제 없는 어쩌고. 둘 다 300g에 천 원 정도에 샀다. 풀무원은 마감세일 때 샀고 (그래도 무척 신선했다), 오아시스는 원래 저렴하다.


세 가지 요리(?)를 해봤다.


콩나물국/찜 - 냄비에 콩나물 넣고 물 절반 정도 넣고 뚜껑 닫고 끓였다. 풀무원 콩나물이 시든거 없이 깨끗하길래 그냥 세척하지 않고 넣었다. 아무 양념 없이 콩나물 익는 냄새가 날 때까지 끓인다. 뚜껑 열었다 닫았다 하면 비린내 난다던데 잘 모르겠더라고. 물이 많으면 설거지할 때 남은 부스러기가 배수구에 떨어져 귀찮으니까, 싹 다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물은 적게 넣는다. 콩나물 특유의 시원한 맛이 있어서 괜찮았다. 추운 겨울 아침에 샐러드 대신 먹기 좋다.

두 번째로 끓일 때는 된장을 조금 풀어넣어 밥과 함께 먹었다.


콩나물 무침 - 뚝배기에 콩나물 가득 한 줌 넣고 전자레인지 2분 정도 돌리면 절반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참소스를 뿌려 먹는다. 콩나물은 그냥 먹어도 고소한데 소스를 뿌리면 확실히 더 맛있다.



마지막, 콩나물 닭가슴살 찜.


재료:

무농약 제주콩 콩나물 300g : 1,050원. 오아시스마켓. 콩나물도 콩 품종이 있다는 걸 알았다. 이건 '신화콩'이라고 하던데, 확실히 이전에 먹은 콩나물과 맛이 다르다. 참고로, 큰맘 먹고 물에 헹구었는데 이전에 산 풀무원보다 부스러기가 많았다. 배수구에 낀 잔뿌리와 대가리를 보며 급 후회. 흑흑.

굽네 슬라이스 훈제 닭가슴살 오리지널 100g : 배민에서 구매. 3개들이 7,800원. 가격이 올랐다. 첨가물이 제일 적어 애용하는데 대신 그만큼 퍽퍽하다. 닭가슴살은 슬라이스 된 게 최고다. 통으로 된 건 썰기 위해 칼을 꺼내 쓰고 씻어 넣어야 하니...

후추, 양파가루 : 그냥 뿌려봤다. 없는 것보다 요리(?)한 기분이다.


제조:

콩나물 한 줌을 흐르는 물에 헹구고 뚝배기에 담는다. 가득.

냉장실에서 해동한 닭가슴살을 올린다. (냉동된 거 바로 써도 됨.)

후춧가루와 양파분말을 뿌린다.

전자레인지 3분.


전자레인지 돌리는 시간은 콩나물이 익을 때까지. 익었는지는 먹어보면 안다. 덜 익은 콩나물은 아, 이거 못 먹는 거구나, 생각이 바로 딱 든다.

숙주나물 삼겹/훈제오리찜 할 때 고기를 위에 얹으니까, 나도 닭육수가 배일까 하고 위에 얹어 보았으나 퍽퍽한 닭가슴살이라 육즙 그런 거 없다. 차라리 콩나물을 위에 얹으면 닭가슴살이 콩나물물에 촉촉해지지 않을까 싶다.


나도 이제 콩나물을 먹을 수 있는 자취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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