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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Jul 02. 2024

큰코다친 일

: 학교를 졸업하고 치과에서 치위생사로 오래 일했다. 결혼하고 임신 출산 육아 하면서 오래 쉬긴 했지만, 다시 잠깐씩 하는 아르바이트도 치과에서 하는 게 편했다. 그러다가 올해 초에 아이에게 처음으로 전집을 사주게 됐는데, 그때 출판사에도 책을 소개하고 연령이나 수준에 맞게 책을 컨설팅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북큐레이터’라는 직업이었는데 처음 들어보는 직업이지만, 배워두면 내 아이에게 앞으로 좋은 책 권해줄 수 있는 똑소리 나는 엄마가 될 수 있을 거 같아 살짝 시작하게 되었다. 사무실에 가면 교과과정에 연계된 책과 누리과정에 도움이 되는 또 연령대에 권장 도서 강의를 듣는다. 메모하면서 아~ 이래서 독서가 필요하구나.. 하면서 좀 더 일찍 책을 읽혔다면 좋았겠다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책과 독서의 필요성이 요즘 문해력에 대한 이슈로 더 주목받는 게 사실이다 보니 내가 뒷북을 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강의 듣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게 함정. 이 강의의 요점으로 결국 책.. 전집을 팔아야 내게 수입이 생기는 구조였다. 내가 듣고 좋아서 책을 구입했던 거랑은 또 다른 문제였다. 책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꼭 책을 새 책으로 구입하지 않는 사람도 많고 도서관 활용을 잘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었다. 결국은 내가 누군가를 설득해서 지갑을 열게 해야 하는데.. 내가 누군가와 대화할 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내가 써보고 좋은 간증(?)은 맛집 추천처럼 편하게 할 수 있지만 구입 까지는 권할 배짱도 용기도 없는 게 나였다. 그리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관계 안에서는 더더욱 싫었다. 난 영업바보. 어디 가서 사기는 당하고 와도 내가 사기는 못 치는 사람이라.. 서둘러 도망쳐 나온 경험이 있다. 영업직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내 기질과 안 맞고, 고도의 인간관계 기술을 부릴 머리도 안되는 걸 깨달은 경험이었다. 나 에겐 월급 받는 직업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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