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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혜 변호사 Oct 05. 2023

'합의서'라는 명칭의 서류에

별도로 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경우, 매매계약 체결 여부

안녕하세요, 대전 민사소송 박현혜변호사 사무소 소원법률사무소입니다. 


오늘은 '합의서'라는 명칭의 서류에 별도로 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었음에도 합의서 작성으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해석한 사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사실관계


원고를 비롯한 토지공유자 15인은 태양광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사업지인 토지를 각 1/15 지분으로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원고 회사들 등 15개 회사는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토지 및 위 15개 회사의 양도양수에 관한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였습니다. 


<합의서>에는 ① 합의의 구체적 대상인 토지, ② 부동산 매매 및 법인 양도양수 금액 총 27억 원(토지 12억 원, 발전사업자 법인 주식 12억 원, 민원동의 인수인계 3억 원), ③ 계약금의 금액(총대금의 20% 상당액), ④ 계약금 지급 후 해지에 관한 조항, ⑤ 잔금일 관련 조항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었고, ⑥ 본 내용을 가지고 계약서 세부내용을 작성하여 계약체결을 한다고 정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같은 날 원고를 비롯한 토지 공유자들은 이 사건 토지를 매매대금 12억 원에 피고에게 매도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서도 작성하였습니다. 


피고들은 1개월 후 원고들을 비롯한 토지공유자들에게 12억 원 중 일부 금액을 지급하여 토지에 관하여 가등기를 마쳤고, 다시 2개월 후 추가로 나머지 금액을 지급하여 총 12억 원을 지급하였습니다. 


그 후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여 주위적으로 이 사건 합의에 기해 15억 원을 지급을, 예비적으로 이 사건 합의가 예약이라고 하여 본계약 체결 승낙의 의사표시를 구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합의서에서 추후 별도의 협의 및 계약체결이 명시된 점, 이 사건 합의와 별도로 이 사건 토지 매매계약이 체결된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합의는 본계약이 아니라 예약에 해당한다고 보아, 주위적 청구는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합의서'라는 명칭의 서류가 계약서로 볼 수 있는지



2. 관련 법리
계약의 내용은 계약서의 실제 내용에 따라 결정됩니다. '계약서'라는 명칭은 계약서 해석을 하는데 참조사항이 될 뿐입니다. 그러므로 계약의 내용에 있어서 계약서의 실제 내용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약정서', '계약서' 등 서류의 명칭으로 된 문서라도 그 내용에 당사자를 구속하는 내용이 없다면 계약서로 보기 어려운 것이고, '양해각서'로 작성되었더라도 그 내용이 당사자를 구속하는 내용이라면 구속력 있는 계약으로 보게 되는 것입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2다225767, 225774 판결)


대법원은 이 사건 합의는 매매계약의 예약이 아닌 본계약이라고 보아 주위적 청구에 관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합의서에서 계약금을 총 대금액의 20% 상당액으로 정하였고, 이에 따라 계약금이 전액 지급되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더욱이 이 사건 합의서에는 거래의 목적물이 '토지, 회사 주식, 민원동의 인수인계'로 구체적으로 특정되었고 그 대금액도 확정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합의서에는 매매계약의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고, 그 내용 중 일부가 실제로 이행되었으므로, 대법원은 당사자가 합의서의 구속력을 받을 의사가 충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서 작성은 이 사건 합의와 같은 날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매매계약서 작성은 본계약 체결이라기보다 이 사건 합의에 따른 당사자들의 이무이행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았습니다. 


원심은 합의서에 '본 내용으로 작성하는 계약서'가 명시된 점에 주목하여 이 사건 합의서가 예약에 해당된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본 내용으로 작성하는 계약서'는 등기소요서류로서의 계약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고 매매계약의 내용을 이 사건 합의서와 다르게 새로이 정하려는 의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이 사건 합의서는 의사해석상 계약서에 해당하더라도, 등기소요서류로서는 적식의 계약서라고 보기 어려워 등기절차에 장애가 있을 수 있어 '본 내용으로 작성하는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합의서에 정했다고 본 것입니다. 





당사자간 계약의 내용이 문제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서류의 명칭이 '합의서'이더라도 의사해석상 계약서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합의서', '양해각서', '약정서'라는 명칭의 서류를 작성하여 당사자가 서로 날인하기 이전에 법리적인 검토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일 계약서를 작성한 이후 계약을 둘러싸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구체적인 계약서 내용을 바탕으로 법적인 조력을 받아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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