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옷만 입고 싶어 하는 S에게

2013.7.16 이탈리아 밀라노 거리에서

by 허용운


안녕 S야! 중학교 올라가서 맞는 첫 방학, 잘 놀았는지 모르겠구나. 입학 전에 너에게 가방과 옷을 사준 이후로 너를 본 적이 없네. 검은색 옷을 입고 와서는 검은색 옷이 자신에게 제일 잘 어울린다며 검은색 옷을 고르고 있는 너에게 난 밝은 색 옷을 사주었지. 봄엔 밝게 입어야 한다면서.



S야! 삼촌이 대학생 때 이탈리아 밀라노에 간 적이 있어. 거기선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어. 사람들의 의상이 정말 멋있었거든. 나이 든 남자들은 몸에 딱 맞는 캐주얼 정장을 입고 보트슈즈나 로퍼를 신었어. 옷 색깔이 다들 화려하면서도 세련되어서 자꾸 눈길이 갔어. 젊은 남자들은 깔끔한 포멀 슈트를 많이 입었는데 색이나 패턴이 조금씩 다 달랐고, 비슷한 스타일을 한 사람들도 신발이나 액세서리 등 각기 다른 포인트로 개성을 살렸어. 여자들은 하늘하늘 천이 흩날리면서도 실루엣을 잘 살려주는 날렵한 드레스를 많이 입고 있었어.



S야! 검은색 옷은 편해. 아무 때나 부담 없이 입기도 좋고 멋을 내기도 좋지. 눈에 크게 띄지 않으면서도 세련되어 보일 수 있어. 신체 상의 결점을 가려줄 수도 있지. 그런데 문제는 점점 채색된 옷을 입는 것이 부담스러워다는 거야. 산업화된 도시에선 다양성이 존중받기 쉽지 않아. 효율적이지 않거든. 하지만 효율과는 별개로 사람에겐 다양한 색이 있어. 그리고 자신의 다채로움을 자신 있게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멋있는 사람이야. 타인이 어떻게 보든 말이야. 지금 너의 검은색에는 타인에 대한 의식과 부끄러움이 담겨있진 않을는지 모르겠다. 색에는 다양한 감정을 담을 수 있지. 지금 사춘기의 혼란스러운 감정 때문에 너의 삶이 온통 암흑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너희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너를 보아왔던 내가 보기에 너에겐 나열할 수 없이 다양한 색이 있어. 네가 다양한 색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길 바랄게.


202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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