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H에게

13.7.20 피렌체 두오모에서

by 허용운

안녕 H야! 잘 지내는지 모르겠구나. 같이 여행을 갔다 온 뒤 몇 년 후에 유학을 가더니 아예 연락이 안 되는구나. 메신저도 전화번호도 메일도 다 없어져 버렸어. 너와 연락하는 친구들도 없는 것 같고 인터넷에 네 이름을 쳐봐도 나오지 않아. 마치 두오모에서 널 잃어버린 것처럼.



H야! 난 피렌체에 있을 때가 너와의 여행에서 제일 힘들었어. 일단 날씨가 너무 덥고 습했어. 네가 데려간 가죽재킷 가게에서는 직원이 나에게 이것저것 옷을 입히더니 나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았다며 재킷을 사게 했지. 바닷가 마을에 가려는데 넌 바다를 안 좋아한다며 못마땅해했어. 그리고 두오모에서 널 잃어버렸어. 전망대 올라가는 입장권을 구매하지 않고 우린 대기줄부터 섰어. 넌 입장권을 사 온다고 했는데 입장 차례가 되어도 넌 나타나지 않았지. 매표소에도 네가 없었어. 여행 첫날부터 네가 핸드폰을 잃어버린 탓에 연락도 되지 않았지. 할 수 없이 나 혼자 표를 사서 전망대에 올랐어. 전망대까지 가는 계단을 오르는데 너무 힘들었어.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두 주인공이 전망대에서 차분한 모습으로 만나는 장면은 순 거짓말이라 생각했지. 전망대에서 밑을 내려보며 널 찾았는데 넌 없었어. 내려와서 숙소에 갔는데 네가 있었어. 넌 근처 공원에서 새를 구경했다 했지.



H야! 이렇게 통신이 발달한 시대에 널 찾을 수 없다니. 이번엔 어디로 간 거니. 사진은 남아 있고 우리가 갔던 장소도 마음만 먹으면 다시 갈 수 있는데 정작 함께 있었던 네가 없어지다니. 사진을 보면 볼수록 상실감이 커. 많이 그립구나.


2021.10.18

내가 닿을 수 있는 곳에 네가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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