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기에 장사를 시작한 J에게

13.7.24 로마 젤라토 가게 앞에서

by 허용운

J야! 음식 장사하기 참 어려운 시국이다. 많이 힘들지 않나 모르겠어. 외출과 모임이 통제된 시대에 배달 문화가 만연하지만, 여러 사람들을 앞뒤에 두고 공간의 분위기를 느끼며 먹는 갓 나온 음식이 가장 맛있잖니. 체험과 경험이 그리운 때야. 이런 상황에서도 도전하는 네가 참 대견해.



J야! 네가 피잣집을 한다니까 마침 로마에서 먹었던 피자가 생각나는구나. 로마는 온 도시가 유적이었어. 고대의 아우라를 풍기는 돌덩이와 역사 유물이 그냥 무심히 거리에 널려 있었지. 여행사에 시내 투어까지 신청해서 유적지와 미술품에 대한 설명을 들었어. 정말 열심히 들었어. 역시 가이드가 있어야 이해가 잘 된다며. 그런데 지금, 그 내용은 사실 하나도 기억 안 나. 내가 기억하는 건 음식뿐이야. 로마에 있던 내내 맛있는 피자, 젤라토, 티라미슈를 먹었고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셨어. 내 친구는 로마에 오기 전까지 음식이 입에 안 맞아서 고생했는데 로마에서부터 겨우 음식을 먹기 시작했어. 여기서 먹었던 참치 피자가 너무 맛있어서 한동안 집에서 그 피자를 재현해 먹었지. 그리고 늦은 밤 젤라토를 입에 물고 숙소로 돌아가는 그 기분이란. 아침에 에스프레소를 한 잔 들이켜면 낮동안의 따가운 햇살도 버티기 수월했지.



J야! 생각해보면 음식점을 하는 것도 정말 엄청난 일이다. 음식은 사람, 장소, 분위기, 동네, 도시, 나라를 기억하게 하는 힘이 있잖아.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기능이 있네. 우리에게 음식점이 너무 일상적인 장소라서 그것이 주는 감각을 잊고 있었던 것 같아. 음식과 음식점은 한 아이를 키워 내고, 친구들과의 추억을 만들어 내고, 연인들의 시간을 함께하고, 중요한 계약이나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여행자의 그리움을 만들어 내. 네가 만드는 음식과 공간이 너도 모르는 가치를 만들어 낼 거야. 하는 일이 힘들고 매출 걱정에 답답할 때쯤 너의 음식과 가게가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고 어떤 체험을 주는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


2021.10.19

한 때 맛집이었던 빈 점포를 지나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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