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분야가 많아 방황하는 Y에게

13.8.1 파리 노트르담 성당 위에서

by 허용운

안녕 Y야! 최근에 열었던 너의 미술전 잘 봤어. 넌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이야. 예전엔 뮤지컬 공연도 했었지. 독서 모임이랑 유기견 봉사 모임도 하지. 프리다이빙이랑 필라테스 강사 자격도 따려고 하지. 그러면서 일도 열심히 하지.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관심사를 가지고 실행하고 있는데도, 네가 오히려 너의 그런 면 때문에 답답함을 느낀다는 말에 놀랐어. 관심과 재능이 다방면으로 많은 만큼 한 분야에 집중하기 힘들고 현재 하는 일이 성에 안 찬다고 했지.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이것저것 다 발을 들여놓다 보니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했어. 너무 성격이 다른 활동을 하고 있다 보니 그것들을 연결시켜서 생산적인 가치를 찾고 싶은데 잘 안된다고 했지.



Y야! 파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 중 하나야. 각 구역마다 풍경과 특징이 다 다르고 가게 하나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도시는 개성이 넘쳤지. 주요 관광지도 구역에 따라 분포되어 있어서 동선 짜기도 쉬웠어. 어딜 구경했는지는 일일이 나열하지 않을게. 정말 세심하면서도 다채로운 곳이었어.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개선문을 중심으로 파리의 큰 도로가 방사형으로 뻗어있대. 옛날에 폭동이 많이 일어나니까 개선문 위에 올라가 시위를 통제하기 위해 그렇게 도시를 계획한 거라고 해. 도로는 바리케이드로 막지 못하게 널찍하게 만들었고. 어쨌든 이런 점 때문에 도시는 구획이 나눠지게 되고 구역마다 각자의 특징을 가지게 되면서 결국은 또 길로 모두 연결된 거지.



Y야! 너는 이제 보니 파리를 닮았구나. 개선문은 아니지만 노트르담 성당 위에서 파리 시내를 내려다본 적이 있어. 건물 높이는 비교적 일정했고 다 파란 지붕으로 덮여 있었지. 계획된 도시답게 길이 정갈하게 나있었어. 에펠탑이나 샤크레쾨르 성당 같이 높은 구조물은 조금 도드라져 있었지만 어색하지 않았고 중간중간 보이는 넓은 정원도 조화로웠지. 비록 너의 여러 가지 관심사가 서로 연결점이 없어 보이고 평범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렇지 않을 거야. 더 깊게 들어가 보면 네가 쏟은 다양한 노력이 널 더 개성 있고 재미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너만의 다채로운 문화가 타인에게 영감을 주기도 해. 구획 지어졌으면서도 조화로운 너 자체가 결국은 하나의 멋진 도시라는 걸 수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네가 간절히 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조금 더 집중해서 에펠탑 높이 정도의 경력을 쌓는 것도 괜찮을 거야. 그리고 여러 가지 관심사와 재능이 서로 연결, 통합되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개선문에 오르듯 네가 걸어온 길을 위에서 한 번 올려다보는 것도 좋겠어. 연결점을 찾을 수 있을 거야.



21.10.23

좋아하는 것을 찾아 해낼 수 있는 너의 에너지가 부러운 너의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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