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 자리에 있었던 S에게

13.7.15 인터라켄 상공에서

by 허용운

안녕 S야! 오랜만에 너에게 편지를 써. 난 다시 태어나면 새가 되고 싶다고 했고 넌 다시 태어나면 바위가 되고 싶다고 했지. 우린 각자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조금은 달랐지만 어우러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S야! 나는 인터라켄에서 처음으로 패러글라이딩을 해봤어.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꼈어. 세상을 위에서 내려다봤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느낌이었어. 땅에 내려오고 싶지 않았어. 난 날아야 했어.


S야! 난 한참을 떠돌다가 바위에 잠시 내려와 기대어 쉬는 새였어. 네가 주는 안정감이 좋았어. 하지만 같이 하려면 난 날기를 포기해야 했지. 내가 스스로 날개를 꺾으려 할 때쯤 넌 땅 밑으로 꺼졌고 난 갈 곳을 잃었어. 난 정처 없이 헤매고 있어. 내가 한 번 널 딛고 날아다녔을 때 넌 얼마나 외로웠을까.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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