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G야! 올해 초 네가 오랜만에 연애를 시작했다고 기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은 연말을 향해 가고 있구나. 얼마 전 나는 너에게 요즘 연애에 대해 물었어. 이제는 제법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다른 점도 많이 보이는데 달라서 더 재밌는 것 같다고 넌 말했지. 노력하는 연애를 하자고 서로 다짐했는데 네가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지.
G야! 예전에 베를린에 간 적이 있어. 온통 역사 유적과 박물관으로 가득 찬 도시였어. 제일 흥미로웠던 건 단연 '베를린 장벽'이지. 옛날 동서독을 왕래할 때 필요했던 검문소인 '체크포인트 찰리'를 중심으로 장벽 터가 줄선으로 표시되어 있었어. 그 선 사이를 넘나드는 자세를 취하며 사진을 찍기도 했지.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장벽에 평화의 그림을 그려 넣은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도 구경했어. 나라가 나뉘었다가 다시 복원됐는데도 이렇게 굳건하다니, 독일이란 나라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난 베를린 장벽을 생각하면 뮤지컬 '헤드윅'이 바로 떠올라. 헤드윅은 동과 서, 속박과 자유, 남자와 여자 사이의 경계에 선 자신이 바로 베를린 장벽이라고 노래하며 극을 시작해. 그다음으로 사랑의 기원에 대해 말하는데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이야기를 차용하지. 원래 인간은 네 개의 팔다리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는데, 인간의 힘이 강해지자 제우스는 인간을 번개로 내리쳐 두 개의 팔다리와 하나의 얼굴을 가진 모습으로 분리시켰대. 그 뒤로부터 약해진 인간은 온전해지기 위해 자신의 반쪽을 찾아다니게 되었대.
G야! 긴밀한 관계의 사람들이 함께 할 때 서로의 차이점으로 인해서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결핍에서 나오는 원초적 욕구는 같지만 우린 이미 완전히 분리된 존재라서, 이제와 하나의 존재가 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야. 하지만 우린 조금 더 온전한 인간의 힘을 되찾기 위해서 사랑해야 해. 내가 좋아하는 정신과 의사 스캇 펙 박사는 사랑을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영적 성장을 도울 목적으로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라고 정의했어. 사랑은 정말로 노력이야. 욕구와 역사가 서로 다르지만 그걸 무조건적으로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서로를 성장시키고 가치를 만들어 내려는 의지의 표현이야. 네가 지금 느끼는 가슴속 무언가가 호감, 호기심, 설렘 내지는 열정 등의 일시적인 감정이 아닌 강력한 다짐이었으면 좋겠어. 유럽 사회를 주도하는 통일된 독일이나 성별의 경계를 허문 헤드윅만큼이나 더 큰 확장을 한 번쯤 꿈꿔보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