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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비밀이야!

절제

by 러키승

사람의 입을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까?


내년에 유학계획을 직장 동료 A에게 말했다. 굳이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내심 들뜬 마음에 주둥이를 함부로 놀렸다.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왠지 불안했다. 나의 무거운 비밀을 그녀는 가볍게 여기지 않을까. 그리고 그녀와 신뢰가 깨지지 않을까. 그녀에게 화가 나는 일이 생긴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지난주 금요일, 부서 회식이 있었다. 갑자기 나랑 친하지도 않은 선배 B가 내 옆에 앉더니 '내년에 외국 나가냐?' 며 물어온다. 선배 B가 나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놀라움과 동시에 내 비밀을 발설한 동료 A에 대한 배신감이 몰려온다. 그리고 참지 못하고 최초로 소문을 내버린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도 함께 온다. A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고 대화하며 A에 대한 감정은 풀렸지만 내 마음 한편에 찝찝함이 남아 있다. A에게 찝찝한 것이 아니다. 스스로 절제하지 못하고 비밀을 입 밖으로 터뜨린 나 자신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비슷한 일이 자주 있었고, 그때마다 나는 남 탓을 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비밀의 최초 발설자는 바로 나라는 것을.


절제 : 정도에 넘지 않도록 알맞게 조절하여 제한함


절제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무엇이 정도인지도 알아야 하고, 그것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하며, 마침내 '제한'까지 해내야만 한다. 우리에게 절제가 필요한 순간들은 많다.

- 건강을 위해 충동을 이겨야 하는 식욕의 절제,

- '나'라는 존재에서 빠져나와 한 발짝 떨어져 주변을 봐야 하는 감정의 절제,

- 비밀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말의 절제.


이번일을 통해서 절제를 다시 배운다. 남을 원망하기 전에 나를 먼저 단속해야 했다. 절제는 어렵기 때문에 아무나 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절제하는 사람은 존경받고, 성장한다. 결국 절제는 성공과 목표로 가는 가장 기본이자 강력한 무기인 것이다. 나는 그 무기를 제대로 다루는 법을 하루하루 연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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