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1)
갈치구이 진짜 맛있는 데 가자
두 암환자의 여행.
가족들은 말렸고, 우리는 못 들은 척했다.
가족들의 염려를 뒤로하고, 우리는 말썽쟁이 아이들처럼 각자의 자리를 탈출했다,
제주도에 도착하자, H는 날아갈 듯 발걸음이 경쾌해졌다.
“언니, 운전 내가 할게. "
그녀는 주도적으로 흰색 코나를 골랐고, 망설임 없이 운전석에 올랐다.
“전기차 운전해 봤어?”
전기차는 처음이라 나는 선뜻 나서지 못했다.
“아프기 전에, 제주도 여행 때 해봤어. 걱정 마"
창문을 내리고 제주의 풍광을 가르며 속도를 냈다.
우리는 즉흥적으로 달렸고, 마음 머무는 곳마다 차를 멈췄다.
느릿느릿 본태박물관을 걸었고, 오설록에서는 끝없는 초록벌판을 오래 바라보았다.
식단 관리는 약속이나 한 듯 내려놓았다.
“우리 갈치구이 진짜 맛있는 데 가자.”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맛집을 골랐고, 갈치구이에 밥 한 그릇씩을 싹 비워냈다.
올레시장에 들러, 가족들에게 일찌감치 한라봉 한 상자씩을 보내고 나니 마음도 편해졌다.
그렇게 평화롭기만 하던 여행에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인적 드문 곳에서 H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언니, 빨리. 배터리 충전소 찍어줘!”
낯선 길을 달려 합심해서 충전소를 찾았을 때, 우리는 때아닌 환호성을 질렀다. 배터리 경고등에 온 마음을 졸였던 그 짧은 몰입의 시간. 죽음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 그 순간만큼은 우리는 전혀 아픈 사람이 아니었다.
어둠이 내린 숙소로 돌아오자, 낮의 열기는 금세 식고 고요함이 찾아왔다. 민머리와 화장으로 겨우 가린 병색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잠자리를 분리했다.
낮 동안의 활기찬 소음이 사라진 공간, 계단 너머로 서로의 뒤척임이 선명하게 들려왔다.
우리는 각자의 병을 오롯이 혼자 짊어져야 하는 고독한 개인으로 다시 돌아와 있었다.
각자의 나지막한 숨소리를 들으며, 늦은 시간까지, 더 깊은 생각 속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