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입구에서 H의 영정사진을 보는 순간, 발걸음이 멈췄다.
국화꽃 사이에서 나를 맞이한 얼굴은, 내가 기억하던 모습과 달리 놀랄 만큼 아름다웠다. 마치 여배우의 한 장면 같았다.
꿈꾸는 듯한 눈동자, 윤기 나는 머릿결, 환한 미소.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어.’
‘진짜 너무 예쁘다!’
언젠가 산책길에, 그녀가 휴대폰을 내밀며 자랑하듯 보여주던 바로 그 사진이었다.
사진 속 그녀는 금방이라도 프레임 밖으로 걸어 나와 인사를 건넬 것 같았다.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게 나를 가장 생각해 주는 거야.’
병문안을 거절했던 이유, 어느 순간 연락을 끊었던 이유.
그 단단했던 침묵이, 사실은 마지막까지 ‘가장 예쁜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었던 그녀의 마음이었음을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사진 밖의 현실은 달랐다.
그녀가 가장 아끼던 여동생은 눈을 뜨기 힘들 만큼 부어 있었고, 팔순의 노모는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면이 있던 여동생과 눈이 마주친 순간, 참아두었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손을 마주 잡는 것 외에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넬 수 없었다.
장례식장 안은 숨이 막힐 만큼 무거웠다.
그제야 나는, 항암 중인 환자의 몸으로 이곳에 와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여러 겹의 경계 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어색함과 서글픔 사이에서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장례가 끝난 뒤, 지인과 함께 그녀가 잠든 경기도 외곽의 수목장을 찾았다. 가족들과의 추억이 서린 지역, 조용하고 햇빛 좋은 곳. 햇볕을 유난히 좋아하던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자리였다.
H가 정말 떠났다는 실감은 그날이 아니라, 한참 뒤에야 찾아왔다.
같은 암환자로서 나누었던 공포와 위로. 때로는 가족보다 더 깊은 속내를 나누던 한 사람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