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한 시인과 개미를 위한 시간
교보문고 시집코너에 쭈그리고 앉아 김춘수를 읽는다
오후 여섯 시 형광등 불빛 아래로 꽃잎들 떨어지고
약속의 배롱나무가 흔들리고
떨어지는 꽃잎 몇 주워 책갈피에 꽂는다
개미들이 잰걸음으로 행간을 기어가고
개미들이 기어서 책장을 다 넘어도 그는 오지 않는다
전집 한 권만으로 한 생을 해독할 수 있을까
배롱나무 벌건 등때기거나 묵은 책갈피에 눌린 꽃잎 한 장이거나
행간을 기어간 개미 발자국 행렬만으로
김춘수를 읽는 시간의 흐름을 해독할 수 있을까
도드라진 등뼈가 책갈피에 드러눕는다
그해 4월 또 개미떼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