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저녁 숲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
어두워지는 저녁 숲에 남은 햇빛이 비치는 것에 대하여, 그 빛 아래서 은사시 나뭇잎들 반짝이며 제 몸을 뒤집는 것에 대하여
혼자 듣는 시냇물 소리에 대하여, 그 물소리 어떻게 저무는가에 대하여
시냇물소리 내 몸 구석구석이 다 저문 뒤까지 흘러
서늘한 저녁물빛이 되는 모양이라든가 그런 슬픔이라든가
슬픔보다 더 길게 개망초꽃들이 자라고 있는 것 그 개망초꽃들 하얗게 흔들리는
난동에 대하여
간간이 들리는 지빠귀 울음소리의 아득한 고적감이나
여뀌 풀 더미에 얹히는 여뀌 꽃 색깔이며 그 그늘 빛이 어떠한지에 대하여
어두워지는 저녁 숲에서 내가 혼자 저물고
한 사람을 찾아가는 길이 어떻게 긴 기도인가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