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물의 감옥

-by simjae

by 심재


img_l (5).jpg

물의 감옥



진흙은

끊임없이 뻗어나가고 싶은 관성에

굵은 매듭을 친다

목 밑까지 차오르는 감탕물에 몸을 묻고도

제 속의 뼈저린 수절인 듯

초록의 연잎, 물에 젖지 않는다

사바의 수채 속에 떨어진 한 알의 연씨

제 뿌리를 내리는 일에 치성을 다한다

수면 위를 내달리는 전생의 바람을 만나

내 안에 잠든 향기를 깨워

멀리 풀어 보내고 싶다

얼마나 깊은 기도를 올리면 몸이 열릴까

긴 입덧 후 열락 같은 진통이 끝나면

아, 그땐 그만

그대 중심 깊숙이 스며들어 몸 풀리라

쩍쩍 갈라지는 연밥을 열고 나와

진창의 감옥에 시간의 씨알로 묻히리라


수백 년이 지나도 싱싱한 가임의 시간으로

홀로

남아,

keyword
작가의 이전글태풍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