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초승달
초경을 앓던 내 아랫도리 물빛 검은 도랑에 새벽 별들이 쏟아졌다
이따금 유성이 길게 타서 맨 발등에 박히었고
오동나무 아래를 걸어도 그림자가 생겼다
이튿날은 훌쩍 키가 자랐고 가슴이 높아졌고 여드름이 돋았고
나는 다만 열 다섯이었다
콩대가 밟히는 밭둑길을 걸었고
저수지 물 빠진 밑바닥이 들여다보였고
발끝에
날콩처럼 비린 시간이 채일 때마다 도랑 바닥에서는
욕망들이 빛났다
찬마루에 엎드려 작정 없이 죄도 없던 죄를 빌던 그때 내 등골을 자르던
초승달의 칼 빛과 바람소리
처마 끝이 눈썹에 꽂힌 지금도 별빛은 물빛 검은 도랑에 쏟아지고
문득 마흔이 넘어버린 이 여자 아직 초경을 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