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

-by simjae

by 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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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



겨울비 냄새 마른 풀 젖는 냄새 빈 절집 어두워지는 냄새

식은 아궁이의 그을음 냄새

그것들에 코끝이 매캐해져서 어둑한 약수터 길을 내려오는데

웬 할머니가 밤길 혼자 다니지 말아요,

한다

웬걸요, 가로등이 환한데요,

했더니

그래도 모르는 법이유 차 대놓고 업어 가면 도리 없지,

한다

난 왜 그 생각 못했을까 몰라

비 냄새 풀 냄새 절집 그을음 냄새 저녁 숲 냄새……

그 아득한 것들이 도대체 나를 어디까지 업고 간 거야

잠자리에 누워 몸 구석을 죄다 뒤져 봤어

구들장은 오래전에 식었는데 영 불이 지펴지지 않는 거야

더러 저 혼자 뜨거워지기도 뜨거워진 저 혼자 서럽기도 하던

아랫목 방고래가

싸늘하게 돌아누운 거야 돌아누운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거야

서늘한 냉기가 방고래마다 골골이 내리 뻗히는데 끙, 그을음의

비늘들이 덕지덕지 일어나잖아

식은 아궁이 속으로 디밀은 내 손등이 온통 새까매지잖아


나, 많이 아파


당신은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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