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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재 Oct 03. 2024

한 시인과 개미를 위한 시간

-simjae




한 시인과 개미를 위한 시간        


       

교보문고 시집코너에 쭈그리고 앉아 김춘수를 읽는다


오후 여섯 시 형광등 불빛 아래로 꽃잎들 떨어지고 

약속의 배롱나무가 흔들리고     


떨어지는 꽃잎 몇 주워 책갈피에 꽂는다

개미들이 잰걸음으로 행간을 기어가고 

개미들이 기어서 책장을 다 넘어도 그는 오지 않는다    

 

전집 한 권만으로 한 생을 해독할 수 있을까

배롱나무 벌건 등때기거나 묵은 책갈피에 눌린 꽃잎 한 장이거나 

행간을 기어간 개미 발자국 행렬만으로  

김춘수를 읽는 시간의 흐름을 해독할 수 있을까   

  

도드라진 등뼈가 책갈피에 드러눕는다     


그해 4월 또 개미떼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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