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jae
Here I wait for you
새떼들은 누렇게 익은 풀숲 위를 날고 개울물은 잦아든다
이제 눈이 오리라
들불 연기 매캐한 밭둑에 앉아 등 굽은 노인이 연초를 태운다
당나귀 두 마리가 배추밭을 다 밟았다며
노인은 연초를 물고 궁시렁댄다
짐승들의 오줌 냄새가 밭고랑 마다 흥건하다
오는 밤중에라도 맞아들일 것이 운명인가 하고 생각하는 동안
이삿짐 더미, 아무거나 뽑아 든 책갈피에서 여자와
시인의 이름이 집혀 나왔다
오늘이 쓸쓸한 것에 대하여 내일은 더욱 쓸쓸해 질 것에 대하여
마음을 닦는 저녁
삶이 어떻게 사람을 감동시킬 것인가
다리 아래로 등 굽은 노인이 천천히 내려서고
나는 다시 청학리 들판을 덮는 눈발과 등이 어두운 당나귀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