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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재 Sep 30. 2024

안전선 밖에서

-by simjae



안전선 밖에서          



복도는 기역자로 길게 굽어 있고, 복도의 막다른 끝에는 

굳게 잠긴 낡은 별관이 있다

벨을 누르면 우편함만한 문 사이로 흰 가운의 건장한 청년이 

신분을 확인 한다

콧등에서 눈썹까지 빤히 들여다보며 

안전선 밖에서 안도하며 살아 온 죄목을 묻는 것이다

 J대 부속병원 제5병동에 누워 있는 한 사내, 그의 전신에는 

고단한 시간들이 뇌관처럼 묻혀있다

그 뇌관들, 불발의 통증이 되어 여자의 전신에 되박힌다 

병동 휴게실 한 구석에서 여자는 지워져가는 시간들을 일으켜 세우듯

그와 탁구를 친다

뒤틀린 생각들을 털털 추리며 기울어버린 풍경을 네트 너머로 건넨다

어느 한때 여자를 조련하던 그 멋진 드라이브도, 서브도, 

만날 수 없다

통통 굴러 떨어지는 탁구공만한 시름만 줍다가

고물고물 그가 부려 놓은 등짐을 받아 진다

짓누르는 등짐에 깊은 장애로 절름댄다

그날 밤, 신용산역 간이 의자에 앉아 여자는 몇 대의 전동차를 보냈다

전동 차량만큼 긴 울음이 탁구공으로 튀어 오르던, 

1995년의 늦은 겨울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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