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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재 Sep 26. 2024

장항선 풍경

-simjae



  장항선 풍경 



  기차는 충청 내륙을 관통하고 거기서는 호흡을 골라야 하네 

  어조는 순하게 억양은 낮게 시간은 더디게 흐르고 오래 길 든 언어들이 기다리고 있네 

  예산역에서 기차를 버리고 수덕사 가는 버스에 오르면 그날은 으레 삽교 장날이네

  소금구이 집 앞에 모인 촌로 몇, 골 진 주름이 깊고 턱수염 아래로는 과거 같은 막걸리 방울지네

  저 사람들, 내륙의 따순 볕과 황톳빛 바람결에 살이 익은 삽교 사람들 아닌가

  수덕사에 닿으면 그때 그 집에 들어 여장을 푸네

  밤 깊어도 뜨락은 밝고 백양나무 가지에는 시리우스좌, 오리온좌가 걸려 있네

  그 밤에 느닷없이 별자리 아래로 거뭇거뭇 내리는 것이 있어 손바닥을 펴들고 서서 쳐다보네

  “아, 밤눈이구나.”

  떨어져 패인 별자리에 눈발 덮이고


  드잡이했던 기억들

  뜨거웠던 말들

  거웃에 묻은 마른 피 조각들 털리 듯 떨어져 내리네

  장항선에서 내린 밤에는 언제나 별이 내리네     


  사람이 그리워지면 기차를 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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