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샤콘느
더는 나를 찾지 마세요
세상 한쪽에 머무르며 오랫동안 소식 없는 한 사람을 기다릴 것입니다
옥양목 홑청에다 짱짱하게 풀 먹이는 한나절이 지나면
고갯마루 돌무지에다 돌조각 두어 개 포개 얹거나
신작로가 내려다보이는 과수원 비탈에 기대 앉아
손, 이마에 선하게 올리고
오지 않는 한 사람 기다릴 것입니다
보․고․싶․다․보․고․싶․다……죽을만큼잊고싶다, 김범수는 그렇게 노래했지요
날 저물면 터벅터벅 불 꺼진 오두막에 들어
세상 한 쪽의 등불을 키우고
커튼을 내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늦은 밥상을 차릴 것입니다
샤콘느가 들리지 않아도 창문 여는 소리 들리지 않아도
여기서는
더는 나를 찾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