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겨울 삽화
그 애의 영상 위로 신작로를 달려오는 버스가 오버랩 된 것은
아! 하는 순간이었다
주황색 털스웨터 위로 길게 타이어 자국이 찍혔다
여섯 살 명희는 그렇게 떠났다
나는 늦도록 대청마루에 앉아 청사기 화로에 담긴 숯불을 뒤적거렸고
격자창 너머 길바닥으로는 깊고 낮은 오열이 흘렀다
그해 겨울은 그렇게 저물었다
몇 번의 겨울이 더 저물도록 나는 문 밖을 서성였고
지는 노을을 바라보았고
긴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놀빛 보다 붉은 꽃빛에 젖으며 여자가 되어 갔다
주황색 스웨터 색깔이나 청사기 화로에 담긴 숯불 빛이나
저무는 놀빛에 익숙해지기까지
여러 해가 더 걸렸지만
지금도 문득 내 몸 위로는 하얗게 굽은 신작로가
오버랩된다
내가 잘게 부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