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를 마시며
유현숙
잘 구워진 다기 한 벌이 다탁 위에 다소곳합니다
한평생 매운바람에 깎인 흙의 결이 도공의 손끝에 밀리며 흐른 물의
결과 어우러졌습니다
무늬 고운 꽃잎 자국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했습니다
건창에서 자연발효시켰다는 수수 십 년 된 보이차도 장뇌나무 아래에서 자라며
매운 성질 다 버렸습니다
찔리고 옹이 박힌 시간들이 완강한 제 고집을 버리고
풍화되며 우려져 맑고 깊습니다
뜨물 빛 백자 찻잔이 입술에 따숩습니다
묵은 생각들도 돋은 혓바늘도 도리깨질하여 털어 내고
입안에 청정한 산바람 들입니다
검게 무너진 쑥대밭 가로질러 일상을 돌아 나온 이른 아침
차 한 잔을 우립니다
생강꽃 터지는 산 중턱에서는 봄빛 깨는 소리 한창입니다
찻물 속으로 불거지는 무량의 한 곶串, 도원도 여기 어디쯤일까요
찻잔에 아침 혀가 젖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