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쓸모

아내 건강 챙김이의 이모저모

by 위혜정

아내의 건강 이상 신호에 가장 요란하게 반응한 사람은 다름 아닌 남편이다. 남편 덕분에 매일 건강 적금 통장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을 느낀다. 새 학기 증후군으로 집에 오면 거의 탈진 상태가 되어버리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옆에서 함께 해주는 누군가, 바로 남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운동 파트너로 개인 PT 내지는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 나란히 걸어준. 건강 챙김이를 자처하는 남편과의 일상 변화로 배 위에 직선 하나가 얇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을 보며 내 생애 복근 만들기 꿈도 갖게 된다. 남편의 육아휴직 덕분에 향유하게 된 남편의 쓸모, 점점 그 기세 확장되고 있다. <남편의 쓸모>라는 제목까지 지어준 그의 선제적 요청으로 충분한 답가가 되 바라는 글을 끄적여 보다. 몸과 마음 건강 상승 곡선을 그려주고 있는 남편은 과연 내 삶에 어떻게 유용한 자양분이 되어주고 있을까?


첫째, 새벽 운동의 동반자로 건강 에너지를 업시켜준다. 일평생 올빼미형이었던 남편에게는 천지개벽할 만한 일상의 패턴 변화, 새벽 기상이 시작되었. 워낙 운동을 좋아하고 근육 운동에 일가견이 있어서 하나하나 동작을 봐주면서 잘못된 자세 교정하며 운동을 한다. 1:1 개인 PT를 해보았던 이전 경험에 비춰볼 때 가히 놀랄 만한 가성비다. 평생 무료에 무한 리필이라니!


일상에서 느끼는 기분 좋은 근육통은 여러 형태의 운동을 병행하는 덕분이다. 스트레칭, 근육 운동(철봉, 스트랩, 덤벨, 맨손 등 이용), 계단 오르내리기, 러닝 등을 적절히 배합하여 그날그날 남편의 계획 하에 결정된다. 상체 운동과 하체 운동은 하루씩 번갈아 가며 하고, 코어 근육 강화를 위해 여러 응용 버전의 플랭크를 병행한다. 이제 플랭크는 3분까지 버틸 수 있게 되었다. 심폐 지구력을 기르기 위해 러닝과 계단 타기를 1주일에 각각 한 번씩 한다. 바쁜 3월이 지나면 퇴근길을 걸어오며 하루 걷기 분량도 좀 늘려볼 계획이다.


둘째, 매일 아침 ABC 주스로 디톡스와 위장 건강을 책임져 준다. 사과(Apple), 비트(Beet), 당근(Carrot)으로 만든 ABC 주스는 피부건강, 배변 활동, 노폐물 배출 및 해독 작용으로 그 효과가 널리 알려져 있다. ABC 주스를 근간으로 매일 아침 운동이 끝나면 남편은 바로 주방으로 달려가 야채즙을 준비한다. ABC를 구성하는 기본 과일과 채소 외에도 케일, 바나나, 양배추, 참외, 사과 등이 플러스 마이너스 된다. 이 덕분인지 건강한 배변 활동이 시작되었다.

야채 주스를 준비할 때는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모든 야채를 생으로 갈아 넣지 말고 찌거나 데치는 과정, 혹은 렌즈에 데워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신장이 약한 사람들은 비트에 함유되어 있는 옥살산(신장 결석의 주상분인 옥살산 칼슘의 일종)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옥살산 칼슘은 다른 채소에도 많이 함유되어 있고 채내에서도 합성된다고 한다. 비트를 살짝 찌거나 데치면 90% 제거된다고 하니 야채를 생으로 갈아 넣는 것만 피하면 된다.


셋째, 매일 아내의 피부 건강을 위해 오일과 로션을 발라준다. 유난히 피부가 건조하고 약하다. 그러려니 하고 주어진 운명에 순복하며 살아가는 나의 태연함 때문에 이제 아예 남편의 관리 대상이 되어 버렸다. 운동 후 샤워를 끝내고 나오면 야채 주스와 함께 남편이 문 앞에 대기하고 있다. 너무 오글거려서 처음에는 그가 오기 전에 후다닥 내 손으로 오일과 로션을 발랐다. 그랬더니 자신의 기쁨을 뺏지 말라며 다시 바른다. 중복 소비가 아까워 그냥 맡기기로 했다. 마사지까지 해주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며 나이 들어서도 사랑을 부어주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관리가 되니 효과를 본다. 푸석하지 않고 촉촉한 피부를 느끼는 요즘이다.


넷째, 영적 건강을 돌보아 준다. 늘 분주한 나에게 쓴소리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남편이다. 경에서는 마르다와 마리아의 대조적인 모습 언급하고 있다. 일을 하느라 분주한 마르다와 만사 제쳐 놓고 예수님 앞에 앉아 이야기만 듣는 마리아다. 칭찬은 후자가 받는다. 땀 흘림의 수고와 노력이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여유에 밀리는,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영적인 충만함이 빈 깡통의 요란함 보다 낫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나와 남편에게서 마르다와 마리아가 보인다. 둘의 극단이 어느 중간 지점에서 만나면 좋으련만. 그래도 분주함을 차단하고 뇌와 영이 쉬는 시간을 늘 일깨워주고 자극하는 남편 덕분에 브레이크 걸 수 있다.



남편의 육아 휴직으로 경제적인 풍요는 반납했지만 그 이상으로 삶에 윤기가 더해지고 있다. 반대급부의 보상이 크다. 특히나 주양육자로서 아이의 체력 단련을 위해 큰 공헌을 해주는 것은 엄마가 해줄 수 없는 부분이다. 아들은 친구들과 방과 후 매일 아빠와의 축구를 즐기며 체력과 기술을 기른다. 남편의 주특기인 농구도 함께 하면서 나잇대에 비해 큰 키의 장점과 1:1 아빠 코치의 기술 전수로 체력과 실력이 늘고 있다. 그 외에도 남편은 맛있는 요리로 모자의 입을 즐겁게 해 준다. 일하는 것보다 가정 주부가 적성에 딱 맞다며 혼자 너스레를 떨 정도다.


3월 한 달 동안 집 안과 밖의 업무 분담이 삐걱거리는 조정의 시기를 거쳐 조금씩 안정화되어 가고 있다.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둘만의 시간은 필수였음을 더 느껴간다. 다시 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이 시기를 아빠와 아이기 행복한 추억으로 채워넣길 바라본다. 남편의 쓸모, 삶의 도처에 널려있다. 나 역시 여기저기서 떨어는 콩고물을 많이 주워 먹어야지. 남편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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