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매일 운동의 힘

운동 적금 통장 중간 정산

by 위혜정

한 해의 긴 폭을 반으로 접을 수 있다면 중간 포개어지는 두 개의 달은 바로 6월과 7월일 것이다. 절반 지점의 시작 달인 6월은 1년 계획의 중간 점검을 위해 딱 좋은 시기다. 살짝 미루다 보면 반절을 넘어서 하반기를 배회하기 십상이니 상반기의 끝자락을 쥐고 돌아서서 지나온 발자국을 더듬어야 한다. 천천히 점검 도장을 찍고 나서야 비로소 남은 반절이 시작되는 7월을 안전하게 맞이할 수 있 때문이다.

2024년을 시작할 때 가장 큰 화두는 건강이었다. 잃어보니 절실했다. 건강을 위해 일명 24시간의 일부를 떼어내는 프로젝트, '건강 적금 통장'을 개설했다. 아침 운동 30분이라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였다. 1월 개시했으니 1년 간의 장거리 마라톤이 하프 코스로 진입한 시점이다. 그간 원금과 이자가 얼마나 불어났는지 중간 정산을 해보려고 한다.




첫째, 매일 30분의 근력 운동 덕분에 힘이라는 이자가 붙었다. 우선, 개인 PT가 되어준 남편을 필두로 집안 여기저기 운동 기구가 제법 쌓였다. 매트, 철봉, 폼 롤러, 풀업 밴드, 푸시업 바, 짐볼 등 자잘한 보조 도구들이 집안 내 운동 분위기의 포문을 열어준다. 매일 상체 운동과 하체 운동을 교차하는 루틴으로 뼈대를 잡았다. 아침마다 무엇을 할지는 PT인 남편 마음이다. 푸시업, 런지, 스쾃, 플랭크, 데쓰 리프트, 월싯, 풀업 등 다양한 맨손 운동을 선택적으로 2~3 세트 수행한다. 매일의 힘은 실로 놀랍다. 처음 시작할 때는 1분을 겨우 넘겼던 플랭크, 이제는 응용 플랭크와 사이드 플랭크를 합쳐서 3분을 거뜬히 할 수 있다. 푸시업의 경우, 몸을 들어 올리는 일이 버거워서 한 번을 겨우 할까 말까였다. 하나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괴물 같아 보였다. 고작해야 무릎을 땅에 댄 반쪽 짜리 팔 굽혀 펴기 10번이 다였다. 그런데 지금은 무릎을 바닥에서 떼어낸 정식 자세로 15개씩 2세트를 할 수 있을 만큼 근력이 붙었다. 운동의 찐 고수들에게는 '에잇, 그 정도 가지고 뭘?' 할 정도지만 개인적으로는 자랑스러운 장족의 발전이다. 팔 굽혀 펴기를 무려 10개 이상 해내다니! 한 번에 20개 까지도? 내가? 정말? 그저 놀랍다.


둘째, 달리기가 늘었다. 3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러닝을 시작했다. 저체중인지라 살을 빼는 유산소 운동보다는 근력 운동이 우선이었기에 주 1회로 잡았다. 집 앞 탄천을 따라 뛰었던 첫날이 지금도 선명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에 1km도 채 못 가서 멈춰 섰다. 빠르게 헉헉 대는 날숨과 들숨으로 폐 구석구석까지의 산소 운반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심폐기능에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폐기능 향상을 위해서라도 뛰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1km, 2km... 횟수가 쌓이다 보니 이제 페이스를 유지하며 3km 근처까지 뛴다. 여름까지의 목표는 5km 러닝 완주. 달팽이 같이 더딘 속도이지만 멈추거나 뒤로 가지 않고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기쁠 뿐이다.


셋째, 건강 적금 통장에 적립금이 쌓여 플렉스를 꿈꾼다. 마음이 맞는 선생님들 총 7명이서 <갓생운동 몸짱맘짱> 모임을 만들어 매일 운동 인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새벽 산책을 하시는 선생님의 아름다운 자연 사진으로 하루가 열린다. 모두가 개인적으로 은행에 건강 통장도 개설했다. 각자의 보폭대로 하루의 운동 목표를 정하고 수행할 때마다 500원~1,000원씩 통장으로 자동 이체 설정을 했다. 적은 금액이지만 매일이 쌓이면 적지 않은 금액이 모이는 구조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단체 규칙을 정해서 선금으로 6개월치 예치금을 냈다. 월말에 20회 이상의 운동 인증 시 목표 달성에 대한 보상이 만원씩 입금된다. 자신의 돈을 돌려받는 '조삼모사'격이라 할 수 있으나 목표한 운동을 해낼 때마다 보상이 적립되는 짭짤함이 있다. 3월부터 시작해서 통장에 벌써 82,000원이 찍혔다. 6개월이 지난 여름 방학 때 즈음 불어난 통장으로 건강을 위한 플렉스를 해볼 작정이다. 선생님들과 만나서 건강식을 나누는 번개를 1순위로 해보고 싶다. 열심히 운동한 당신, 보양을 위해 떠나라!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운동을 쉬는 것이 더 낫다.'라는 남편의 철칙으로 운동을 매일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 반년 간 주 4회~6회 운동을 꾸준하게 해 왔다. 함께 하는 이가 있어서 가능했다. 자기 주도성이 부족한 탓에 무엇을 할 때 항상 다른 사람과 같이 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고 보니 언제나 내 곁을 누군가가 지켜주고 있었다. 외롭지 않았던 지난날과 현재의 행운을 깨닫는다. 감사할 뿐이다.


운동에 진심인 태도 역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덕분이다. 건강을 주신 것도 감사지만 긴장감을 갖도록 거두어 가신 것도 감사인 이유다. 바닥을 치고 건강이 회복되어 가는 것도, 건강 적금 통장이 차오르는 것도 모두 덤으로 얹어진 은혜다. 신체적인, 금전적인, 관계적인 모든 부분의 원금에 이자가 점점 불어가니 인생이 감사 투성이다. 문득, 찬양의 한 소절이 떠오른다.


내게 주신 모든 것 감사,
때론 가져가심도 감사,
오늘을 숨 쉬는 것도 감사,
내 뜻대로 안 되는 것도 감사,
여기까지 온 것은 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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