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크, 이렇게 재미있어도 될까?

저자로 만나는 시간

by 위혜정

교사들의 모임 <자기경영노트> 주최 북토크가 진행되었다. 교사가 아닌 저자로 옷을 갈아입는 시간이다. 글 쓰는 삶을 처음 오픈하는 자리인지라 첫 경험이라는 설렘과 긴장감이 인다. 처음 순번에 배정 부담도 있지만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순서를 기다리며 떨고 있는 것보다는 비교군 없는 첫 번째가 낫지 않을까 긍정 마인드를 챙긴다. 다행히 혼자가 아닌 온 가족 출동이다. 가족이라는 지원군, 그 안정감에 기대어 북토크를 준비해 주신 운영진, 참석해 주시는 선생님들께 감사 선물 한 꾸러미 준비했다. 운영진 선생님께서 우스개 소리로 홍보 포스터 편집하는 게 힘들었다고 프로필 사진을 꼭 좀 찍으라고 하신다. 프로필 한 장쯤은 가지고 있는 시대지만 개인적으로 어색하고 경직된 사진이 별로였다. 하지만 일하시는 분들의 용이함을 위해 고집부리지 말고 찍어야겠다.

북토크 장소에 들어서자 파티룸을 따스하게 채우고 있는 운영진과 천사 선생님들의 손길이 느껴진다. 일찍 일어난 새처럼 누구보다 먼저 달려 나온 이들의 부지런함 덕분에 파티룸의 텅 빈 공간이 현수막, 등록부, 행운권 추첨, 꽃다발, 선물 등으로 채워져 있다. 여기저기를 곱게 매만 섬세한 흔적들에 뭉클하다. 이에 보답할 새라 남편이 직접 로스팅해서 내린 아이스커피를 한쪽 공간에 세팅했다. <빨간 머리 앤>을 떠올리며 만든 'Scope of Imagination'은 에티오피아 원두 2종을 블랜딩 하여 만든 남편표 특제 커피다. 평소에 맛볼 수 없는, 상상의 영역에 속 커피 노트(들꽃, 달콤, 쌉쌀한 긴 여운)를 의도했다고 한다.

미리 받은 질문지를 토대로 북토크가 시작되었다. 학교 업무가 바쁘다 보니 생각해 볼 틈도 여유도 없이 하루 전날 부랴부랴 준비했다. 했어야 할 이야기, 하지 말았어야 할 이야기들이 혼재되 버렸다. 영어 필사와 글 쓰는 이야기를 좀 더 풀어내어 드릴 걸. 주워 담을 수도, 수정 테이프를 쓸 수도 없는데 어쩌나 하는 아쉬움만 한가득이다. 그래도 경청을 습관처럼 몸에 부착한 선생님들의 태도에 고마움을 담아 <Love you forever> 영어 그림책을 읽며 마무리했다. 아들의 특별 찬조 출현까지 더해져서 그림책 속 메시지가 전해주는 뭉클함에 눈물지은 분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엄마의 마음은 국가를, 언어를 초월하여 전해지는 만국 정서 듯하다.

Q1. 벌써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한 저자님이신데요. 매번 출간의 기쁨이 크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번 빨간 머리 앤 출간 소감은요?

Q2. 필사를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또, 하루 중 어느 정도의 시간을 내어 필사하시는지도 여쭈어봅니다

Q3. 글 쓰는 삶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Q4. 한 해 동안 필사책을 여러 권 쓰셨는데 하루 중 글 쓰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요.

Q5. 꾸준히 필사 책을 출간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요? 그냥 영어책이 아니라 어떻게 영어 필사책을 만드시게 되셨나요?

Q6. 영어 필사책 출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필사방도 함께 운영하시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어교사로서 선생님의 비전은?

Q7. 영어 무능력자에게 건네는 위로, 응원, 충고 한 마디는?

Q8. 내게 빨간 머리 앤이란?

Q9. 그림책 필사 책도 최근에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림책 필사 책 다음 작업하고 있는 필사 책이 있으신지요?

Q10. 빨간 머리 앤 하루 10분 100일의 영어필사 속 저자님의 한 문장은?

내 순서에 마침표를 찍고 뒤이어 이어진 저자 세분의 이야기를 마음 편하게 들었다. 모든 사람은 한 권의 책이다. 걸어 다니는 인생책. 내가 들어서본 적 없는 길에서 각자의 최선으로 열심히 걷고 뛰는 선생님들의 삶이 눈부시다. 학급 행사, 정리, 동시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문이 열린다. 때론 웃으며, 때론 진지하게 그들이 나누는 삶 속으로 들어간다. 저자들의 이야기에 스며드는 시간, 자리를 채워주신 청중들의 정서가 포개어지는 순간, 내 삶의 혈관 속으로 영양제 한 병이 주입되는 것 같다. 살아온 인생들을 책으로 엮어낸 분들, 그리고 그 책을 읽고 자신의 인생을 엮을 준비를 하시는 분들, 모두가 귀하고 소중하다.

북토크의 숨은 조력자인 남편에게 감사한다. 열심히 로스팅을 해서 즉석 아이스커피를 대접하고, 직접 포장한 드립백을 선생님들의 손에 쥐어주고, 북토크 내내 열심히 사진 촬영을 하여 순간을 추억으로 남겨 주고, 함께 온 아들을 비롯해 4명의 아이들을 돌보며 마지막 파티룸 정리까지. 앤의 길버트로 자리를 함께 해준 수고와 사랑의 외조가 눈부셨다. 다행히 엄마 따라온 아들도 또래 친구들과 널찍한 파티룸에서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냈다. 생의 첫 챕터를 쓰고 있는 귀여운 어린 작가들. 자신만의 인생책을 끝까지 잘 써가길 응원한다.


집에 돌아왔더니 준 것보다 받아 온 것이 더 많다. 드린다고 생각했는데 넘치도록 받은 시간이다. 운영진들의 세심한 배려, 마음을 나누어 주신 선생님들, 현재 필사방에서 행복을 짓고 있는 앤님들, 참여자들의 북토크 후기까지. 모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꽉 찬다. 나의 세계가 끝없이 축소되던 시절에 만났던 글쓰기가 이렇게 확장된 경험으로 돌아오다니. 가슴 벅참과 함께 나의 인생에 들어온 인연들에 대해 고맙고 고맙다. 한분 한분께 일일이 감사 표현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가슴속에 감사했던 북토크의 시간을 고이 책갈피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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