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클링과 낚시
'소시지처럼 아래위로 길쭉한 영토'하면 떠오르는 국가는 칠레와 베트남이다. 남북으로 1,650Km 길게 쭉 뻗은 베트남은 북한과 남한을 합친 길이(1,100km) 보다 훨씬 길다. 자연스레 남쪽과 북쪽 지역의 언어, 인종, 문화 등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호찌민에서 만난 미국인 관광객(베트남어가 원어민 급)이 하노이와 호찌민은 분위기와 언어의 차이가 많이 난다며 꼭 하노이를 가보라고 권면해 주었다. 지역적 차이가 있기에 여행지의 선택도 달라진다. 우리 가족 여행의 첫 테마는 '휴양'인 만큼 본토로 가기 전, 선택지는 푸꾸옥이다.
푸꾸옥은 한국의 제주도에 해당하는 섬이다. 제주도 3분의 1이라고 하니 괌 정도의 크기인 셈이다. 크게 남부, 중부, 북부로 나누어 살펴볼 때 스노클링 지역으로 혼똔섬 남부의 작은 섬들을 꼽을 수 있다. 안토이 부두에서 출발하여 감기섬-네일 아일랜드-마이룻섬 세 군데를 돌며 선상 낚시까지 체험할 수 있는 일일투어를 예약했다. 보기 드물게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가진 베트남 현지인 가이드와 함께 호텔까지 픽업/드롭 서비스를 해주는 여행 패키지다.
안토이 부두까지 들어가는 동안 버스 창문으로 비추인 현지 수산시장은 로컬 향이 흠씬 풍기는 곳이다. 남편과 나중에 따로 와보자고 했으나 다시 들르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부두에 도착한 후, 정박하고 있던 여행사 배에 올라탔다. 우선, 그룹 내에 한국인이 아무도 없는 낯선 상황이다. 길 잃을 새라 가이드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갔더니 승선이 빨라 2층 앞자리에 좋은 자리를 확보했다. 썬배드에 드러누워 바다의 출렁임을 그대로 느끼며 섬을 향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다는 혼똔섬 케이블카의 진풍경과 수상 작업장이 눈 안으로 들어온다.
감기섬, 네일 아일랜드의 스노클링 포인트 두 곳에서 물속의 산호와 바다 생태계를 볼 수 있다. 발리의 경우, 가이드가 함께 입수를 했는데, 베트남은 현지인 직원이 들어가 안전 로프를 쳐주고 가이드는 배 안에서 상황을 주시하며 안내하는 역할만 했다. 몸 상태로 인해 스노클링을 하지 못한 나의 말벗이 되어주는 고마운 상황이기도 했다.
감기섬에서 씨워크(Sea Walk: 바다 걷기)를 해보겠다며 아빠와 함께 의기양양 물속으로 들어간 아들은 결국 귀가 아프다며 중도하차하고 올라왔다. 다행히 해저까지 내려가지 못할 경우 전액 환불을 해주었고 졸지에 남편만 내려갔다가 사진을 찍고 올라왔다. 사실, 씨워크보다 스쿠버 다이빙이 성인에게 돈 아깝지 않은 해양 액티비티인데 아들 덕에 불필요한 지갑이 열려버렸다.
낚시를 해보고 싶다는 아들의 요청에 따라 낚시 체험이 있는 여행 패키지를 선택했다. 간이 낚시를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아들은 물고기를 낚는 행운까지 누렸다. 아빠도 못 잡은 물고기를 기분 좋게 건져내어 찰칵!
선상에서의 식사에서도 아들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번 여행 패키지에는 생각보다 많은 호객 행위가 포함되어 있다. 한 가지 예로, 점심 식사에 추가적으로 해산물을 kg당 즉석에서 판매/요리해 주는 식이다. 아들은 씨워크에서 굳은 돈을 조개, 굴 등을 사 먹겠노라 조른다. 뭐든 해야 직성이 풀리는 녀석 덕분에 얼마 되지 않는 해산물을 추가 비용을 들여 맛보는 기회를 가졌다. 1kg 한 접시에 100,000동이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메이룻 섬이다.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조성된 인공의 느낌이 흠씬 풍긴다. 물가도 얼마나 비싼지, 코코넛이 55,000동으로 길거리 25,000동의 두 배 이상 가격이다. 여행 패키지에 끼워 1시간가량 머물렀으나 섬을 돌아다니다 보니 워터버스라는 것이 있다. 안토이 부두에서 출발해서 그 주변 섬을 돌 수 있는 순환 교통편인 셈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섬투어를 하려면 여행사를 끼지 않고 따로 티켓을 끊어 돌아다니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이들이 해양 액티비티를 할 때 물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여행 가이드와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것들을 정리해 본다.
Q. 의외로 영어를 잘하는 베트남 사람들을 많이 못 봤는데 당신은 영어를 잘하네요?
A. 베트남 중고등학교 영어 교육의 문제인 것 같다. (뜨끔) 호텔 프런트에서 일하면서 생활 영어를 많이 배워서 여기까지 왔다. 베트남에서 영어를 잘하면 생각보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높아진다.
Q. 본토보다 푸쿠옥에서 관광 가이드를 하는 것은 어떤 이점이 있나요?
A. 본토는 유럽인들이 많이 오는데 유적지 방문 등 역사적, 문화적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해줘야 한다. 다시 말하면 아는 것이 많아야 하기에 공부해야 한다. 반면 푸꾸옥은 해양 엑티비가 다 이기 때문에 안전 가이드만 해주면 돼서 좋다. (하하)
Q. 아시아, 유럽인들은 많이 만났지만 영어권 국가에서 온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어느 지역 관광객들이 많나요?
A. 한국인, 중국인, 러시아인들이 많다. 호주, 영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 오는 관광객들도 그 못지않다. 특히 러시아인들은 오면 한 달은 있다 간다.
대화 상대가 되어준 가이드에게 여행 버스에서 내릴 때 팁을 주고 헤어졌다. 한 사람당 100,000동으로 계산해서 세 명의 가족이니 300,000동을 쥐어줬다. 살짝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감사한 웃음으로 화답한다. 이 바닥에 뼈가 굵은 가이드는 대놓고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팁을 챙겨달라고 하는데 이 청년 가이드는 아직 순수하다.
베트남에서는 팁문화가 그리 흔치 않다. 호텔, 택시, 레스토랑 등에서 팁을 얼마 챙겨줘야 하나 머리 굴릴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물론, 관광객들을 많이 상대하다 보니 잔뼈가 굵어진 일부 서비스 제공자들(노래 공연, 관광 가이드, 뱃사공, 맛사지사 등)은 팁을 먼저 요구하기도 한다. 그럴 땐 그냥 작은 돈(2~3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을 가볍게, 기분 좋게 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