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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는 왜 건기에 여행해야 할까?

북반구는 겨울, 남반구는 여름 여행이 적기

by 위혜정

추위를 유독 많이 탄다. 한국에 매서운 겨울이 찾아올 때면 동남아 앓이를 하게 되는 이유다. 20여년 전, 베트남을 찾았을 때는 우기였다. 건기, 우기를 따지지 않고 그저 출국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던 터라 동남아의 열과 습은 열대지방의 디폴트값이라 착각했다. 어디든 덥고 축축할 것이라 꽉막힌 고정관념에 갇혀있 었다고나 할까.




이제는 동남아 여행 적기가 언젠쯤인지 판단할 만큼 경험치가 쌓였다. 북반구에 위치한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은 한국의 겨울에, 남반구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발리는 한국의 여름에 방문하는 것이 습이 덜한 건기다. 제대로 된 휴양을 즐기려면 시기별 적절할 선택이 필요하다.




건기에 베트남을 방문하니 작년 이맘 때 방문했던 우기 때의 발리와 달리 훨씬 좋은 점들이 많다. 뽀송한 날씨가 주는 선물이다. 건기의 여행이 우기 때보다 더 나은 점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 외부 활동을 하기에 좋다. 태양은 따사롭고 습이 없어 우리 나라 봄 날씨와 같다. 길거리를 걸어 다녀도 땀이 스며나거나 줄줄 흐르지 않는다. 자연스레 옷을 매일 갈아 입을 필요가 없고 그만큼 빨래감이 줄어든다. 습한 우기때는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차올라 매일 같이 옷을 갈아 입고 빠느라 진땀을 뺐다. 하지만 흐르는 땀으로 인해 옷을 갈아입을 필요가 없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살짝 과장을 보태면) 일주일 내내 같은 옷을 입어도 거뜬하다.




둘째, 빨래가 잘 마른다. 반나절이면 따스한 햇살에 건조된 옷을 만난다. 우기 때는 세탁 후, 하루 종일 빨래줄에 걸어 두어도 마르지 않고 축축함과 꿉꿉함까지 더해졌다. 빨래가 제대로 건조되지 않아 바짝 마른 옷을 입으려면 빨래방에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작년의 뼈아픈 경험을 떠올리며 옷을 바리바리 싸왔더니 불필요한 짐이 되버릴 만큼 갈아입는 횟수가 줄어든다. 수영복도 두 벌이나 챙겨왔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하루 종일 수영 후, 저녁에 빨아 널으면 다음날 바짝 마른 수영복으로 다시 입수 가능하다.




다시 말해 건기에는 짐의 경량화 실현이 가능하다. 여벌 옷을 많이 챙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부지런함만 허용한다면 수영복 이외에 세 벌 정도면 충분하다. 부족하면 현지 쇼핑으로 입을 옷을 조달 가능하며, 기념품에 짐의 무게를 넘기는 유도리가 생긴다.




셋째, 하루 여행복이 가볍다. 스노클링이나 바다 낚시 등 외부 해상 액티비티를 나갈 때 여벌을 챙길 필요가 없다. 혹시 몰라 갈아 입을 옷을 챙겼는데 수영복이 마르는 속도가 워낙 빨라서 활동 후에 마른 옷을 입고 호텔로 돌아올 수 있다. 찝찝함이 제로다 보니 굳이 건조된 옷을 갈아입는 번거로움 없이 마음과 가방을 가볍게 떠나 된다.




넷째, 우산이나 우비 등 우기 용품들을 챙길 필요가 없다. 우기 동안 동남아를 방문할 때는 바깥 활동시 하루에 한 번씩 쏟아지는 스콜을 대비하여 준비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우산 혹은 우비이다. 물론, 짧게 퍼붓는 비를 잠시 피해 있거나 혹은 그냥 맞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우기 용품을 챙겨야 할 필요가 없다.




건기에 건너온 베트남의 현지 날씨는 우기에 비해 만족도가 훨씬 크다. 그리 덥지 않고 적당히 따스한 시간들이 몸과 마음을 온기로 휘감아 다. 동남아로 여행을 할 때는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을 감안하여 다음 번에도 12월~4월 사이의 건기를 선택할까 한다. 이왕이면 여러모로 나은 결정을 하고 싶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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