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반성문: 교사가 아닌 엄마가 될게

사랑하기 때문에

by 위혜정

엄마 반성문: 교사가 아닌 엄마가 될게

아이를 위해 외우고 연습해서 불러주었던 노래다. 가슴에 뜨거운 뭉클함이 솟구쳐 눈가를 촉촉하게 적셨던 것이 엊그제인데, 지금은 입술로만 부르고 있는 건 아닐까 반성하는 하루다.




"아까 OO 아빠한테서 연락 왔어. 미안하다고. 무슨 일 있었어?"

아이 친구 아빠에게서 날아든 연락을 받고 남편이 묻는다. 엄마가 너무 속상할 것 같아서 죄송하다고. 그래서 엄마가 아닌 아빠가 전화를 한 걸까. 아들의 멍울진 마음을 다독이기보다 나무라기 바빴던 엄마는 마음 한구석이 크게 찔린다. 아이 마음 돌아보기, 그 당연한 것을 먼저 하지 않았을까. 부지불식간에 아들에게 교사놀이를 하고 있는 최악의 엄마가 돼 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은 그날 저녁 펑펑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엉엉엉) 엄마는 내 편이 아닌 거 같아요. 나보다 다른 애들 먼저고 나는 신경도 안 써주고...(엉엉엉)"


그간 여러 가지 사건들로 꼭꼭 눌러 두었던 억울함이 한꺼번에 터졌다. 친구에게 팔이 물려 멍들어 왔는데도 감싸주지 않는 엄마에게.

아들은 또래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올라올 정도로 키가 크다. 워낙 큰 체구인지라 작은 몸짓도 확대경을 댄 듯 도드라지고, 본인에겐 가벼운 터치라도 물리적 힘의 크기가 상대에 따라 다르게 접수될 위험 역시 다분하다. 본래 의도와 다르게 오해받기 딱 좋은 체격조건, 엄마로서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수많은 학교 폭력은 작 데서 비롯된다. 교사의 시선으로, 처음부터 싹을 싹둑 잘라낼 요량으로 아이를 단속시키느라 바빴다.


"왜 친구 팔을 잡고 있었니?"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맘대로 곤충 풀어줬어요. 제 채집통도 깨뜨렸어요."

"말로 하면 되잖아."

"말로 하려고 부르면 도망가요. 그래서 얘기하려고 잡았어요."


•••


"왜 친구를 밀었니?"

"제 자리에 앉아 있어서요."

"말로 하면 되는데 왜 그랬어."

"말로 해도 안 비켜서 옆으로 가라고 밀었어요. 그랬더니 제 팔을 물던대요? 아파서 울었어요."

"둘 다 잘못했네. 다음부턴 말로 안되면 밀지 말고 선생님께 말씀드려."


•••


"네 감정이 안 좋을 때는 신체 접촉하지 않지 마. 힘이 실릴 수도 있고 다른 친구들이 오해할 수도 있어."

"어떻게 친구들하고 노는데 몸을 안 부딪쳐요?"

"... 너 기분이 상할 때를 말하는 거야."


•••


복기해 보니 최악의 공감자다. 교사로서도 빵점이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수용하기보다 가르치기에 급급하다니. 정작 학교에서는 학생들 사이의 부딪침을 해결할 때 각자의 마음부터 듣는데, 내 자식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이중 잣대다. 엄마가 선생님이 아니면 좋겠다는 말까지 들으면서 왜 이토록 엄격 엄마가 되고 있을까?


속상해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대성통곡하고 있는 아들에게 세상 모든 것을 주고 싶다면서도 '사랑하기 때문에'란 이름으로 아이 이외의 세상 모든 사람 마음이 먼저였다.


사랑하기 때문에

내 앞에 놓인 원석을 빨리 깎아 보석으로 만들고 싶었고,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듬직한 아들로 키워내고 싶었고,

사랑하기 때문에

선악의 기준선에서 엇박을 정박으로 맞춰주고 싶었고,

사랑하기 때문에

우쭈쭈의 너그러움보다 분명한 엄격함을 택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건 내가 겉으로 내세운 변명이었다.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허울 좋은 대의명분 하에 나의 자존심을 사랑했기 때문에

집 밖에서 칭찬받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고,

나를 사랑했기 때문에

내 아이의 마음을 상하는 것을 감수했다.

결국, 소중한 아이를 담보로 나를 사랑하는 데 치중했다.

정말 나쁜 엄마였다.


엄마가 네 편인 걸 알아주기까지

다시 환하게 웃기까지

너의 방식대로 사랑하려고 노력할게.

엄마가 많이 미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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