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확장

모든 경험은 유익이다

by 위혜정


전 우주적으로 단 하나뿐인 너만의 삶을 살아라.

너무나 매력적인 말이고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주고 싶은 인생 메시지다. 무리에서 살짝 빠져나왔던 수차례의 경험들에도 불구하 사실, 아직도 흔들림 없이 받아내진 못한다. '이번에도'의 자신감 뒤에 '만일'이라는 불확실성이 주는 긴장감과 여기저기서 들고 나는 말들의 어감에 허가 찔려 단단한 옷을 다시 껴입는 작업이 반복되기도 한다. 나의 인생이 아닌, 내 아이의 인생이기에 긴장감이 더 크다.


가슴을 찌릿하게 했던 첫 단어는 '정원외 관'다. 열외라는 소외감에 관리 대상이라는 프레임까지 느닷없이 씌워지는 느낌이랄까. 아들의 인생에 튀는 이력을 끼워 넣은 것 같아 내심 미안했다. 네 인생에 필요한 평범함의 기회를 엄마가 일방적으로 박탈한 것은 아닐까.


초등은 의무교육인지라 부모는 자녀를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작동되는 학교에 교육시킬 의무를 가진다. 주민센터에서 보낸 취학 통지서를 가지고 취학예정 아동과 함께 배정된 초등학교의 예비 소집일에 참석해야 한다. 단, 공교육 대신 홈스쿨, 대안학교, 국제학교 등 비인가 교육기관을 선택할 경우 '정원외 관리'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절차를 밟게 된다. 대입에서 '정원외 입학'은 예외성을 띈 선제적 특혜라고 생각했는데 의무교육이 칭하는 '정원외 관리'는 완전히 다른 뉘앙스로 다가온다. 마치 새어나간 원을 가두리쳐 두려는 후속적 조취라는 지극히 개인적억지 감상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여기에 '비인가 대안학교'라는 단어 자체에 스며든 부정형 역시 편하지만은 않다. '비인가'의 사전적 의미는 '인정되거나 허가되지 않는다'이다. 즉, 교육부의 승인을 받는 학력인증이 불가한 것, 학교를 졸업한다고 해도 자동적으로 학력이 인정되거나 허가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비인가 대안학교는 교육과정 자체가 국가교육과정의 가이드라인에서 살짝 비켜 있어서 커리큘럼이나 수업 분위기의 자유도가 높은 장점이 있지만 학력을 인정받기 위해 '검정고시'라는 번거로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공교육에서의 학력미달자 수업 일수에 맞춰 등교만 해도 인정 받는 학력인데. 동일 기간의 배움자체가 송두리째 부정되는 느낌이 든다. 물론, 이유 있기에 머리로는 이해된다. 아직 마음으로 내려오지 않았을 뿐.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고, 특별한 것이 특별하지 않은 경험 자주 마주한다. 단어가 주는 부정형의 어감에서부터 거쳐가야 할 생경한 경험들은 시간으로 걸러내지 않으면 처음엔 껄끄럽고 낯설다. 하지만 차차 익숙해진다. 신기한 앎의 확장도 있다.

공교육으로 자연스레 유입됬으면 모르고 지나갔을 한국 교육 시스템의 이모저모 직접 겪는 경험이다.

탄탄하게 가동되고 있는 아동 보호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줄어드는 학령기 아동을 보호하고, 가정 내 방종 및 학대를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그 현장에 바로 아이가 놓여있다.


"왜 아이를 학교를 보내지 않느냐?"에 대한 해명과 증빙 및 후속 절차를 여러 단계 거치면서 귀찮고 피곤하다기 보다는 한국 공교육에 뿌듯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대안학교 입학 통지서, 재학 증명서 , 주민등록증을 배정된 학교의 행정실에 제출하는 서류 업무에서 부터 담임 교사와 해당 주민센터의 직원이 직접 가정방문을 통해 아이가 있는 상태에서 안부 및 학교 생활에 대한 상담을 여러차례 진행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래도 국가의 행정 시스템이 학교와의 공조 하에 살아있는 기능을 하는구나를 느꼈다.


모든 경험은 유익이다. 대비되는 두 얼굴을 다 가지기 때문이다. 불편함, 낯섬, 생경함, 이탈감 등이 마음 안에 굴러들어올 때 잘 소화시키면 이질감 없는 내 것이 된다. 우주에 하나 밖에 없는 나의 경험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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