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잘 팔리게

아무나 에디터가 되는 건 아니다

by 위혜정

책을 출간하기 시작하면서 사서, 편집장, 소설가, 에세이스트 등 책을 매개로 하는 직업군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전혀 눈길이 가지 않았던 영역이었는데, 날이 갈수록 매력도가 높아진다.



하루 종일 책에 둘러싸여 있는 학교 도서관 사서 선생님의 자리가 그렇게 부러울 때도 있다. 넌지시 '책도 많이 읽고 너무 좋으시겠어요~!'라는 말로 그 마음을 찔러 넣기도 한다.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서 직관과 감각을 오가는 에디터들의 능력에도 감탄하곤 한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시장분석, 원고 편집, 디자인, 인쇄, 배본, 마케팅(1인 출판사의 경우 더더구나 더욱)까지 종합 예술을 소화해 내는 그들의 능력이 대단하다. 상상력에서 출발하여 몰입도 최고의 소설을 만들어내는 소설가들 역시 앙망의 대상이다. 언젠가 그들처럼 소설을 쓰는 날이 오면 좋지 않을까 막연한 꿈도 다. 에세이스트들은 말해 뭐 하랴. 아름다운 언어로 일상을 센스 있게 찍어내는 활자 예술에 탄성이 절로 난다.






다음 책 원고 작업에 들어가기 전, 출판사 미팅차 서울로 향했다. 개인 저서로 10번째라는 뜻깊은 의미를 함께할 새로운 출판사는 어디가 될까. 어떤 인연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에디터를 만나 뵙는 것은 언제나 열린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설렘이 기본값이다. , 대형 출판사의 경우, 편집자와의 미팅만으로 끝까지 초록불이 아닐 수 있기에 무한 기대는 금물이다. 편집팀, 대표이사의 문턱을 넘어야 비로소 최종결정에 닿기 때문이다. 조직이 큰 출판사는 편집 담당자의 호칭 역시 다양하다. 편집자, 편집장, 팀장, 에디터, 매니저 등 각 기업의 문화에 맞추어 호칭하는 것이 예의인 것 같다. 그냥 '편집장님!'이라고 불렀다가 'OOO라고 불러주세요!'라는 요청을 받고 나서부터는 꼭 어떻게 불러야 할지를 먼저 여쭙는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들도 계시지만 예민한 분들도 있기에.





같은 원고를 바라보는 각도는 출판사마다 에디터마다 다르다. 각자의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시장을 들여다보는 렌즈가 상이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맞다 틀리다가 아닌, 다른 관점이다. 출간하는 책의 주류에 따라 시장을 분석하고 바라보는 방향도 다르다. 이번 미팅을 통해 다시 한번 에디터의 시선에 감탄을 하게 되었다. 독자로서, 저자로서는 갖지 못하는 예리한 감각이 날카로웠다. 짧은 기간 내에 습득될 수 없는 통찰력이리라. 에디터님의 한 마디에 그동안 좋아하는 글만 썼던 순진함을 돌아보게 되었다. 현타까진 아니지만 환기된 깨우침이라고 해야 할까.



"이왕 고생해서 책, 잘 팔리도록 고민해야지요!"



처음에는 책을 출간하기만 하면 좋겠다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책이 잘 팔리면 좋겠다는 기대감이 넘어왔다. 정작 "사람들은 어떤 책을 좋아할까?"에 대한 진지한 시장분석이나 고민을 크게 하지 않았던 채로 말이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고, 또 어느 시점부터는 인지해왔지만 한동안 잊고 있었다. 저 멀리 구석 어딘가에 내팽개쳐서 뽀얗게 먼지 쌓인 물건 되찾은 듯 정신이 번쩍 들았다. 그동안 출간 의뢰를 받아 집필을 해 왔던 타성 때문인지 감각이 무뎌진 것 같다. 언제나 발 빠르게 독자와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에디터님의 시간과 경험이 실린 한 마디에 '출판의 꽃은 에디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에 쓰는 노력에 경제적인 보상이 함께 딸려오도록 기획에서부터 각별한 신경을 쓰는 편집팀의 검토와 애씀이 인상적이다. 물론, 잘 팔리는 책이 꼭 좋은 책은 아니다.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러의 책은 202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 전까지 국내에서 찾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을 알아본 1인 출판사가 지속적으로 6권의 책을 번역해서 국내에 소개해왔다. 당장은 인기가 없어도 작가의 작품성을 봐준 통찰 덕분에 그의 모든 작품이 한 출판사를 통해 번역되어 한국 시장에 유통되었다. 에디터(출판사 대표)의 안목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오래도록 묵묵히 걸어온 시간은 한꺼번에 몽땅 보상을 받았. 9월 한 달간 6종을 다 합해도 40권 정도의 판매되던 책이 노벨 문학상 수상과 동시에 하루 만에 7쇄를 찍는 기염을 토해내었다니.




좋은 글을 집필하는 것, 이를 위해 기획 방향부터 잘 잡는 것은 중요하다. 매출이 함께 일어나면 금상첨화인 것이고. 베스트셀러가 모두 좋은 책은 아니지만, 좋은 책이 잘 나가도록 고민하는 과정에서 에디터의 능력이 발휘된다. 물론, 시간과 경험이 차올라야 가능한 영역이다. 그래서 출판의 꽃은 에디터 듯하다. 출판사와의 소통을 통해서 시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 둘 사이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작업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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