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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녀 Feb 07. 2018

즐거울 樂 / 바당꽃, 피다

전시를 준비하며....

 제주가 눈의 왕국이 되었다. 

 눈이 아름답고 평화롭다는 이미지는 먼 기억속의 어딘가로 실종중이고 코앞에 닥친 일정을 느긋하게 맞출 수 없다는 중압감에 심장의 압박이 최고조다. 다행히 육지에서의 준비와 진행은 전화통화로, 카톡으로, 이메일을 통해 차질 없이 흘러가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작가와 작품들이 모두 제주에 있다. 오전 중 운송업체와의 통화 끝에 작품상차가 토요일로 정해졌다. 내가 먼저 가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 싶으니 결국 토요일에나 육지로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간 크고 작은 행사들을 치르며 단련이 될 만큼 되었다 싶은데 아직도 무엇인가 하려고 들면 매번 심장이 쿵쿵거리는 소릴 듣는다. 누군가 잘 하려고 하는 욕심 때문이다 핀잔을 주었다. 안 된다가 아니고 조금 늦는다, 인데 뭘 그리 유난을 떠느냐고.      

 맞다, 새해에는 유난과 특별을 버리려고 결심했지. 진지하고 꾸밈없는 작품들을 소개하는 거니까 큰 문제나 사고 없이 깔끔하고 편안한 전시, 그걸로 만족하자 했지. 욕심을 버리자. 남보다 잘 하겠다는 욕심, 더 잘나 보이겠다는 욕심, 흠집 없는 완벽함을 기대하는 욕심, 그런 거 다 버리고 평화롭게 가자. 얻어지는 것, 주어지는 것, 모두 자연스럽고 즐겁게 만들어내자. 긴장하지 말고, 화내지 말고, 짜증내지 말고, 안달하지 말자.      

 모든 사물과, 의지와, 개념은 반드시 반대의 얼굴을 갖고 있다. 느끼는 감성과 분석하는 이성. 이성이 분별하는 일을 감성이 거부하면 화가 속으로 미치고 감성이 흡수하는 일을 이성이 거부하면 독선이 된다. 둘 다 불확실하고 애매한 얼굴이긴 마찬가지, 한 가지만 선택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언제부턴가 내 안의 소리를 스스로 잘 들을 수 없어서 딱히 확실하다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는 들어가는 만큼의 역할을 분명히 해내고 있다. 괜찮아,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사흘째 마음을 다스리려고 애를 쓰는 내 모습이 기특하다. 하느님도 칭찬하실 것 같다. 상으로 뭘 줄까 고민중이실지도.      

 그러니까!!! 눈 좀 그만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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