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쳐두었던 원고들을 주섬주섬.
한가하지 않은 연말을 한가하게 만들어주는 귀한 선물들.
작가에게 펜은 실물가치보다 더 값진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 쓰자.
새해에는 좀 더 많이 쓰자.
중앙아시아 한복판으로의 출장길에 챙겨오셨다는,
우리가 만들었어야 할 것을 남의 나라에서 받으니
안타까웠다는 말씀과 함께 눈에 밟히는 세 글자.
단. 군. 전.
이미 오래 전에 갈라진 말과 글 사이에서
뚜렷하게 존재하고 있는 한글을 보자니
어디서든, 누구와 함께, 무엇을 하든,
더 야무지게 살아야겠구나 다짐하게 된다.
그래, 나도 너처럼 그리 살아남아야겠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류시화
또, 한 박자 늦는다.
열심히 쓰지 않은 탓이라고 자책한다.
언제까지 남이 쓴 문장에 감탄만 하고 살 것인가.
그래, 쓰자.
새해에는 좀 더 많이, 더 열심히 쓰자.